발전하는 삶/생각 정리

헬스 중독

파크텐 2024. 2. 25. 05:46

헬스에 완전히 중독되었다.
헬스장을 2일 동안 가지 않으면 불안하다. 
식사 약속이 생겨 헬스장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오늘은 내 삶에서 헬스가 어떤 의미인지를 되돌아보겠다.
 

 

 

1. 시작

처음 헬스장을 간 건 2020년 초였다.
주변 사람들이 헬스를 하길래, 그리고 내가 너무 살이 찐 것 같아서 헬스장을 갔다.
고3때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이 쪘었는데, 2020년까지만 해도 93kg 정도 나갔었다.
 
그런데 정작 근육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정말 말그대로 반에서 팔씨름 꼴찌였다.
말그대로.
60kg 대 친구들이 나에게 팔씨름을 이기곤 했다.
 
 
아무튼 그렇게 집 앞 헬스장을 처음 등록했다.
아직도 잊지 못하겠다. 낯설고 무서운 곳에 혼자 등록하러 가는 그 기분.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았던 학창시절을 벗어나는 경험들의 시작이었다.
 
당연히 PT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거 외에는 나에게 운동을 알려줄 사람이 없었다.
10회 PT를 끊었다.
 
트레이너는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나에게 운동을 가르치는 시간에 잡담을 하거나 본인 운동을 주로 했다.
그래도 분명 그 10회의 경험은 내가 처음 헬스장에 다니며 했을 시행착오를 줄여주었었다.
 
 

2. 보디빌딩 동아리

대학에서 헬스를 좋아하는 룸메이트를 만났다.
당시 그 친구는 헬스 1년차 정도였다.
자기는 나중에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는 게 꿈이라고 매일 장난 삼아 말하던 친구였다.
 
새내기 생활은 안 즐기고, 그 친구랑 매일 헬스장만 갔던 것 같다.
술자리와 클럽보다는 닭가슴살과 헬스클럽이었다.
그 당시에 그 친구는 가슴운동을 잘해서 나에게 많이 알려줬었다.
그러나 나는 상체보다 하체 운동을 많이했었다.
(운동 안한 채로 살집이 있는 사람들은 상체보다 하체가 발달해있다. 그래서 처음에 하체 운동을 하는 게 재밌었다.)
 
그렇게 6개월간 정말 꾸준히 헬스장에 다니며 살이 많이 빠졌다.
그 당시 몸무게가 80kg 초반대였으니, 한 8kg은 빠졌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가 소위 말하는 '린 매스업'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체지방은 빠지면서 근육량은 늘었다.
 
그 친구는 정말로 보디빌딩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았는지, 나도 매일 주변에 보디빌딩 대회에 나갈거라 말하곤 했다.
보디빌딩 동아리에서 진심으로 보디빌딩을 준비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헬스라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만으로, 정말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들었다.
 
 
 

3. 혼자서 헬스, 그리고 군입대

그 친구와 룸메이트가 아니게 된 이후로, 자연스레 헬스를 같이 안다니게 됐다.
그럼에도 나는 꾸준히 헬스장을 다녔다.
주 3~4회 정도는 다녔었다.
 
그러다가 삶이 바빠질 때가 찾아왔다.
연애를 하기도 했고, 영화를 제작하는 일을 맡기도 했다.
거기다가 군 입대가 가까워지면서, 사실상 헬스와 관련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헬스장 이용권이 두 달 정도 남은 상태에서 그냥 안 갔었다.
 
이 당시 나는 '외면'이 아닌 '내면'을 가꾸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헬스장에 다니며 외면에 신경쓰는 것을 비관적으로 바라봤었다.
 
군 입대를 하고 나서도 헬스랑은 친해지질 않았다.
군대에서는 헬스장을 '체단실 (체력단련실)'이라고 부른다.
군대에 있는 초반에는 체단실을 한두번 가봤을 뿐, 다른 게 더 재미있었다.
 
군대에 있는 동안 마라톤에 눈을 뜨기도 했다.
3km 이상 달렸을 때 느껴지는 기분 좋음 (러너스 하이라고 한다.)에 취했다.
그래서 거의 매일 달리기를 했었다.
그러나 헬스는 하지 않았다.
 
 

4. 제대로된 헬스 시작

그러다가 2023년 6월쯤부터 다시 헬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아마 2월부터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은 영향인 것 같다.
내가 롤모델로 삼은 모두가 헬스를 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백만장자는 헬스가 20대 초반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원하는 삶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나는 헬스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헬스 계에는 국룰처럼 여겨지는 게 있다.
헬스 경력은 '순수하게 헬스장을 다닌 경력'과 '제대로 한 경력'으로 나뉜다.
이제는 분명히 이해된다. 
 
이전까지 내가 헬스장을 다닌 이유는 그냥 '옷빨이 잘 받는 몸을 가져보고 싶다'라는 얄팍한 생각이었다.
이 때부터는 달랐다.
헬스장을 다니는 것은 신성한 것이 되었다.
헬스장을 간다는 행위는 나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며, 이를 통해 내 삶을 이겨내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었다.
헬스장에 가지 않는 행위는 지속성을 해치는 일이며, 위대함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비로소 나는 헬스장을 제대로 다니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직도 누군가가 나에게 헬스 경력을 물어본다면,
나는 '제대로 다닌지는 한 8개월 됐어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실 헬스장을 처음 간지는 4년이 넘었음에도.
 
헬스장에 가는 것 자체가 더 재밌어진 이유는 살이 더 빠졌기 때문이다.
군살이 모두 빠졌다고 해야하나.
93kg였던 내 몸이 70kg 후반대까지 빠졌었다.
그리고 운동을 해서 근육량을 늘렸고, 지금은 70kg 초반대에 체지방률도 10% 정도를 유지 중이다.
살이 빠진 후에 운동을 하면 좋은 점은 근육이 늘어나는 것이 훨씬 잘 보인다는 것이다.
 

 
왼쪽은 작년 6월의 내 몸이고, 오른쪽은 올해 1월에 찍은 것이다.
6개월 동안 "일주일에 5번 헬스장"이라는 원칙을 죽어도 지켰다.
정말 퍼포먼스가 100% 안나오는 날도 많았고, 자취를 시작하느라 공포에 질렸던 날도 많았지만 헬스장은 꼭 갔다.
 
주로 상체 위주로 운동했다.
인력거 일에 지장이 갈까 하체를 못한 것도 있지만, 허리 문제로 조심스러운 것도 있었다.
 
사실 그런데 나는 알고 있다.
'제대로 다니지 않은' 3년의 시간이 사실상 내 헬스 실력에 엄청난 기반이 되었다.
3년간 다니면서 기본적인 헬스장이 돌아가는 구조라던가, 그 환경에 완벽히 적응하였다.
그리고 근육의 움직임이라던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가야하는 지에 대해 배웠다.
그러한 기반이 있었기에 8개월 동안 빡세게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 보면 운동한지 6개월 만에 몸이 이렇게 변했다는 식의 비포 애프터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아래에는 기반이 되는 많은 '비효율적인'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말 헬스장 자체를 처음가서 어리바리하고 있는 시간이더라도, 나중에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할 발판이 되는 시간들이라 여겼으면 좋겠다.
 
 
 

5. 헬스에 대한 고찰

나는 어떤 분야든 배우는 사람들은 4단계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입문, 초급, 중급, 고급.
내가 생각하기에 헬스에서 나는 이제야 초급을 떼어내고 중급으로 가기 시작했다고 느낀다.
내가 중급으로 갈 수 있었던 과정을 공유하려 한다. 물론 수많은 서로 다른 과정이 있겠지만, 내 케이스 역시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0) 살집이 약간 있는 평범한 체형
나는 체지방률이 25% 가량 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마 평생 운동과 커다란 인연이 없었던 사람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사람을 기준으로 설명하려 한다.
 
(1) 헬스장 분위기 익히기 
초반 3개월은 헬스장에 가는 것 자체가 일이다. 헬스장은 내 삶과 전혀 상관없는 장소가 아니라, 내 삶에 일부를 차지할 공간이라는 인식으로 바뀌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것을 추천한다. 가서 그냥 재밌어 보이는 기구들을 하나씩 해보고, 옆 사람을 따라 해보고, 런닝머신도 타보라. 사실 이 기간은 가서 뭘 해도 근육을 얻기는 어렵다. 루틴이든 분할이든 신경쓰지 말고, 그냥 정해진 헬스 횟수 (주 2~3회 정도)를 가는 것 자체에 엄청난 성취감을 느껴도 된다.
 
 
(2) 근육 생기기
사실 근육은 거의 없다. 현대 사람들이 평소에 무언가를 힘줘서 당길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몸을 쓰는 것이 일상이 아닌 이상 대부분 근육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봐야 한다. 예외적으로 다리 근육은 잘 발달되어 있을 것이다. 약간의 살집이 있는 몸을 지탱하느라 평소에 늘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헬스장에 있는 기구들을 몇개월 쓰기 시작하면 근육이 생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근육이 커지는 느낌과는 다르다. 몸 속에 없었던 기관이 새로 생기는 게 정말 느껴진다. 이게 헬스장에서 느낄 수 있는 첫번째 변화이고, 첫번째 즐거움이다.
 
 
(3) 살 빼기
헬스장을 꾸준히 몇개월 다닌다면, 아마 알아서 살이 조금씩 빠질 것이다. 헬스 인생 통틀어 가장 살이 쉽게 빠지고 근육이 쉽게 생기는 구간이다. 이는 다양한 연구에서 증명되기도 했다. 헬스장에서 느낄 수 있는 두번째 즐거움이다. 더 나아가서 계속해서 꾸준히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할 것을 권장한다. 거기에 평소 먹는 양의 80% 정도만 먹는 습관을 들인다면, 살이 알아서 빠진다. 그냥 항상 먹고 싶은 걸 먹되, 배터지게 먹는 게 아니라 배가 고프지 않을 만큼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4) 운동 원리 연구하기
그런식으로 1년 가까이 헬스장에 다니게 되면, 헬스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그럴 때 PT를 받든, 아니면 주변 헬창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주변에 물어보면 정말 누구나 기쁘게 받아들인다. 누구나 처음은 있었기에. 그러면서 뭔가 이 운동들의 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유튜브들도 도움이 될 것이고, 해부학적으로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헬스 유튜버들의 말을 들어가며 옳은 자세를 가지는 것을 연구하는 시기가 필요하다. 이 시기에는 사실 재미는 없는 편이다. 매번 같은 운동을 하는 것도 지겨운데, 무게는 안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때도 결국 '꾸준히 나오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두는 것이 낫다. 아니면 변화하는 인바디 지수에 동기를 얻는 것도 좋다.
 
 
(5) 참고 인내하며 지겨움을 이겨내기
이제는 대략적인 운동 방법은 알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매일 가서 하는 운동들이 해당 근육 부위에 옳은 자극을 주는 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시기는 몸이 변화는 게 잘 안보인다. 처음에야 확확 변하지, 사실상 이때부터는 매일 보면 전혀 모른다. 나중에 사진으로 비교해야 변하고 있구나 느낄 수준이다. 이제는 정말 지겹다. 매일 같은 헬스장에서 와서 같은 운동을 하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몸을 봐야 한다. 아주 예전과 비교하면 멋있어진 내 몸이 좋긴 하면서도, 지겨움을 느낄 때가 많다. 정말 너무 헬스가 하기 싫은 날도 있다.
 
그럴 때야 말로 '규칙적으로 나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게 좋았다. 나와서 20분 운동하고 30분 씻고 가는 날이 있더라도, 무조건 나와야 한다. 그 지겨움의 순간들을 이겨내는 게 습관이 되면, 이제는 중독의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지겨워하는 내 내면의 목소리도 이겨내야 비로소 중급자의 단계에 도달한다.
 
이 단계를 지나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단계가 지금의 나다. 내 계획은 10년 정도 된다. 이제는 섭취하는 단백질의 양을 신경쓰면서, 큰 그림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점점 더 신경써야 할 게 많아지고, 내가 모르는 것이 많음이 느껴진다. 그러나 앞으로 나가는 관성은 생긴 상태기에, 인생동안 헬스를 삶의 일부로 꾸준히 나아가려 한다.

'발전하는 삶 > 생각 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순환 이론  (0) 2024.03.22
신병  (0) 2024.03.10
40대 이상의 부자들 특징  (0) 2024.02.24
왜 모든 성장은 계단식일까?  (0) 2024.02.21
You Can’t Control Me  (0) 2024.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