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거꾼 일을 제대로 한 건 세 달 남짓이었다.
인력거라는 장비, 그리고 이 동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이 두가지 스킬을 배우는 데에는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거기에 나의 친절까지 더해진다.
그러면 내가 판매하는 '상품'이 된다.
다음은 세일즈였다.
인력거는 다행히도 존재 자체로 마케팅이 된다.
두명 중 한 명은 인력거를 신기하게 쳐다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 중 내 인력거 상품을 살 것 같은 사람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고 내 제품을 팔면 된다.
나는 꽤 세일즈랑 잘 맞는다.
제대로 하면서 오히려 내 전공을 살려 회사를 들어갔을 때 받을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내 세일즈 성공률은 꽤 높았고, 우리 회사에서 1등이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얻은 것 중 하나는
사람을 보는 눈이다.
특히 내 타겟층이었던 40~60대의 사람들과 하도 많이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이제는 한 5분만 대화해도 이 사람의 경제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매일 처음보는 40~60대 사람들을 50명 가까이 대화하는 환경이니, 알아서 빅데이터 학습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거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내 직감이 판단하고 반응이 나온다.
경제적 수준이 높아 프리미엄 상품으로 분류되는 내 상품을 구매할 것 같으면,
내 몸이 알아서 그 사람에게 우호적으로 다가간다.
오히려 정해진 시간보다 더 서비스하려고 노력한다.
경제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팁을 주기에.
그 특징이라는 것은 이제는 '직감'의 영역이지만,
그래도 하나하나씩 생각나는 것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최소 70%는 넘는 특징들만 모아봤다.
1. 경계심을 가진 공손한 말투다.
이게 가장 큰 특징인 것 같다.
말투를 정의할 때, 경계심-친근함 과 공손함-무례함 2가지 축이 있다고 느꼈다. 나와 대화하는 상황은 누구나 첫 대화이기 때문에, 경계심을 가지고 얘기하는 사람과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친근한 말투는 나를 완전히 신뢰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와 전혀 별개로, 공손한 사람과 무례한 사람이 있다. 친근하게 무례한 말을 던질 수도 있고 (반말로 막 대한다던지), 경계심을 가지고 공손하게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자들은 대부분 경계심을 가지고 공손하게 이야기했다. 절대 나를 친근하게 대하지 않았고,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태도가 느껴졌다. 내가 본인 지갑의 돈을 빼가려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나 역시도 그에 맞춰서 최대한 신중히 언어를 골라 세일즈에 접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무례한 말은 하지 않는다. 한참 어린 나에게도 존대를 해주면서, 절대 무례한 말을 하지 않는다.
반대로, 무례한 사람은 대부분 돈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초면에 반말하는 사람, 이것저것 요구하는 사람, 당신의 서비스는 왜 이렇게 하냐고 따지는 사람 등등. 무례한 사람을 참 많이 만났지만, 정작 그들을 태우려고 하면 너무 비싸다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몇천원이라도 더 깎으려고 10분 넘게 뭐라뭐라 하는 사람도 겪었다.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나는 상대가 무례하다는 게 느껴지면 바로 대화를 끝내고 다른 사람을 찾으려고 한다. 그 사람을 길게 끌어서 돈을 얻어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찾으러 가는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돈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가격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다음에 탈게~'하면서 갔다. 보통 평범한 '엄마'와 같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대한다. '내 아들 같아서'라는 말을 하는 부류이다. 그 분들은 돈을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부류여서, 오히려 돈을 잘 쓰지 못하는 소비를 한다고 느꼈다. 그와 별개로 그런 부류의 분들께 많은 위로를 받고 정감을 느꼈다. 절대 그런 삶을 사시는 분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2. 자신감을 가진 말투다.
명확히 뭐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승자의 말투를 사용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목소리가 지배자의 목소리인지 피지배자의 목소리인지 느껴지지 않는가? 힘이 없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피지배자의 목소리다. 아니면 오히려 자신감이 없어서 목소리가 커지는 (말티즈 같은)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자신감 있는 목소리는 무언가 다르다. 잠재의식 자체에서 '당신은 나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되어있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여기서 하나 추가할 말은 자신감을 가진 말투로 하대하는 부자들도 분명히 있었다. 그들은 처음 말을 걸 때는 공손히 대해준다. 그러나 한 10분 정도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 하대하는 본능이 나온다. 내가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부자 재벌집의 집 관리인이 된 것 같았다. (영화 기생충의 조여정님과 송강호 님의 관계?)
3. 옷이 깔끔하다.
옷이 깔끔하다. 조잡하지 않다.
이걸 뭐라 설명하기는 어렵다. 부자 티가 나는 옷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진 모르겠다. 그냥 굉장히 미니멀하고 깔끔한데 소재가 좋아보이는 티가 나는 옷들이다. 그들은 많은 아이템을 치장하지 않는다. 화려한 무언가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그저 굉장히 깔끔한 디자인의 것들을 많이 지니고 다닌다.
반대로 무언가 조잡한 느낌의 것을 입거나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부자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 등산복 스타일이라던가, 아니면 화려한 연예인 스타일의 옷이라던가. 아니면 무신사 스러운, 에이블리 스러운 옷을 입는다던가.
또 하나 재밌는 건 나는 여성 분이 들고 다니는 가방은 절대 부자와 상관없다는 것을 알았다. 워낙 가방 자체가 가짜를 만들기가 쉬운 동시에, 한국 여성들의 자존심에 중요한 것이라 그런걸까. 가방은 큰 차이가 나질 않았다. (아 물론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있다면 무조건 부자가 아니다.) 오히려 남성분들의 옷을 보는 게 더 정직했다. 50대 이상 남성분들 중 옷을 깔끔히 입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였다.
4. 세일즈 기법에 익숙하다.
나는 이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많은 세일즈 책들을 읽었다. 그 중에서 고전적인 세일즈 기법들이 있다. 홈쇼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살 수 있는 기회가 얼마 없다는 것을 강조하거나, 할인을 강조하거나, 더 많이 사면 이득이라는 것을 강조하거나, 이러한 것들이다. 매우 1차원적이지만, 그만큼 효과도 좋다.
그러나 부자들은 이러한 세일즈 기법을 이용하는 자체를 싫어하는 티가 났다. 그런 낮은 수준의 세일즈 이야기를 꺼내지도 말고, 어서 너의 가치를 이야기하기나 해라는 식의 반응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야기하다가 부자라는 느낌이 들면, 나는 절대 1차원적인 세일즈로 승부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가치를 쏟아부으려고 했다. 경험적으로 그러면 부자들은 엄청 큰 가치로 되돌려준다는 것을 알기에.
사실 고전적인 세일즈 기법에 싫증을 느끼는 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맨날 가는 헬스장은 매출이 정말 잘나오는 큰 업체이다. 그들은 회원들을 상대로 고전적인 세일즈 기법을 쓴다. 아마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교육하는 것 같다. 세일즈 공부를 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런 고전적인 세일즈 기법을 듣는 순간 내 몸에서 싫다고 반응을 한다. 진정성이 떨어지고 나를 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누구나 상대를 돈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것을 느끼게 하는건 감정의 문제다.)
5. 열심히 사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한다.
내가 주로 쓰는 세일즈 기법은 '열심히 사는 청년이 당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라는 메세지를 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선천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예전부터 처음 나를 본 누구나 '착하고 열심히 살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특히 그게 40대 이상의 사람이라면 말이다. 최근에는 운동을 해서 더욱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근데 부자들은 특히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보면 무언가 거기에 응원을 하고 싶은 것 같다. 내가 굉장히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고, 투어 중의 시간을 '손님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를 고민하는 것을 보여주면, 반드시 예상치 못한 돈으로 돌아온다. 특히 요즘 시대에는 그러한 청년들이 더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 뭐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드나보다.
6. 절대 받는 위치가 되지 않으려 한다.
내가 내 상품을 정가에 팔면, 그것은 물물교환이다. 그러나 내가 약속한 투어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면 그건 내가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 된다. 특히 그걸 티내지 않고 '나는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더 주는 것을 당연하게 느끼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야 한다. 그러면 부자들은 '받는 위치'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위치가 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받은 것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이 보상하려 한다.
예를 들어, 1시간 투어에 5만원이고 1시간 30분 투어에 7만원이라 하자. 내가 1시간 투어를 사려는 부자 손님에게 1시간 30분 투어를 권유하는 세일즈를 시도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나는 그냥 두 투어의 가격만 알려준다. 그리고는 1시간 투어를 진행하기로 합의하고, 1시간 30분에 가깝게 투어를 한다. 그러면 부자 손님들은 대부분 2만원을 팁으로 얹어 주어 7만원을 낸다. 1시간 30분으로 올려서 진행하려는 건 고전적인 세일즈 기법이고, 그냥 내가 30분 더 해주는 건 상대를 '받는 위치'로 설정하여 빚을 진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부자들의 특징을 6가지로 정리해봤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부자들은 이러한 특징을 가져서 부자가 된 것인가, 아니면 부자로 살다보니 그러한 공통점을 가진 것이냐다. 그런데 나는 일상 생활 대부분의 인과관계는 딱 나누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체 원리가 행복하면 웃는 건줄 알았는데, 웃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것처럼. 부자처럼 살면 부자가 되는 것이다.
내가 굳이 특징을 40대 이상으로 정의한 건 30대 이하 부자들은 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성장은 복리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30대는 아직 큰 결과가 나오지 않는 시기인 것 같다. 많은 부자들의 일생을 살펴보면, 최소 10년은 노력해야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정말 통계적으로도 30대에 부자들은 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혹은 있어도 그들은 훨씬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40대에서 50대 정도면 모든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때이다. 그 때야 비로소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그동안 시간의 밀도가 달랐음이 삶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차이는 그 사람의 차이가 된다. 그래서 내가 40~50대와 단 5분만 대화해도 알 정도로 티가 나는 것이다.
부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나도 꼭 이런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큰 부자가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것도 적당한 부자가 아니라, 엄청 큰 부자가 되어야겠다. 내 주변 가족을 챙기고도 부가 흘러 넘쳐, 온 세상의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도울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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