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중학교 시절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는 바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내내 <월든>을 읽었는데,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돈
돈은 매개체이다. 물물교환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매개체이다. 내 물건과 상대방의 물건을 교환할 때, 가치의 척도를 측정해준다. 따라서 돈은 인간이 정한 가상의 기준이다. 과거에는 생선 1마리와 사과 2개를 물물교환했다. 이를 생선을 5000원, 사과를 2500원이라고 정한 것 뿐이다. 돈을 사용하여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숫자로 나타낼 수 있게 됐다.
과연 생선이 사과보다 2배 가치가 있을까? 아니다. 사람마다 가치를 두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 상품을 취급하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여기는 가치의 양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즉, 생선이 사과보다 2배 가치 있는게 아니라, 평균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선에 매기는 가치가 사과에 매기는 가치보다 2배인 것이다.
환율에 대해 생각해보면, 돈이 가상의 매개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한국에서 가치의 기준인 돈은 미국의 돈과 비교하면 매일 가격이 바뀐다. 원, 엔, 달러, 유로 모두 서로 교환되는 가격이 매일 다르다. 그러면 어떤 게 기준일까? 원/달러 환율이 올라갔다는 것은 달러가 비싸진걸까 원이 싸진걸까? 이는 상품과 자산 전체에 확장되는 개념이다. 금이 비싸진 걸까, 현금이 싸진 걸까? 비트코인이 오른 걸까, 현금이 싸진 걸까? 돈도 상품과 자산에 불과하며, 그 어느 것도 절대적이지 않다.
시간
모든 것의 가치가 변한다면, 나만의 절대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
누구나 같은 양을 가지고, 명확히 측정할 수 있으며,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 것. 바로 시간이다. 인생은 모두가 한 번 밖에 살지 못하며, 대부분 비슷한 시간을 부여받는다. 모든 사람들은 평생 자신의 시간을 타인과 거래한다.
시급을 생각해보자. 내 시급이 과거 1만원이었다가, 지금은 2만원이라고 가정하자. 불고기 와퍼가 과거 5천원에서 현재 7천원으로 올랐다. 내 시급을 기준으로 하면, 과거에는 와퍼가 30분짜리였다면, 현재는 20분짜리인 것이다. 실제 가격표에 쓰여있는 숫자는 가짜다. 최저 시급이 어쨌니, 물가가 어쨌니 하는 이야기는 전부 허황된 이야기일 뿐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여기까지 읽고는 영화 '인 타임'을 떠올릴 것이다. 남은 일생의 시간을 화폐로 계산하는 미래 사회를 그린 SF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를 본 대다수는 깨닫지 못한다. 현대 사회가 '인 타임'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을. 우리 팔에 쓰여있지 않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삶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시간조차 가상의 개념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기차가 없던 시절에는 시간도 없었다. 과거 농부의 삶에는 아침과 밤, 여름과 겨울이 있을 뿐이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그 척도를 계산해야 했고, 사람들의 하루를 통일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라는 척도를 정하였다. 자연스레 우리는 어떤 물리량이 끊임 없이 늘어난다(혹은 무언가가 흘러간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이라는 개념마저 다 걷어내고 나면 단 한 가지 질문만 머리에 남는다.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
이 질문에 대답해야만 모든 답이 나온다. 왜 사는지 알아야 어디에 시간을 쏟을 것인지를 안다. 어디에 시간을 쏟을 것인지 알아야 어떻게 시간을 집중할 수 있을지 안다. 나아가 왜 혹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 모두 사춘기 때 이 고민을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답을 찾지 못하고, 학원 숙제만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20대에 다시 이 고민을 하면서 방황하는 사람들도 있고, 40대가 되서야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고, 평생 다시는 고민하지 않고 흘러가듯 사는 사람들도 많다.
왜 살아가는가
이는 물론 사람의 선천적인 특성에 따라 다를 것이다. 거기에 더해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평생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왜 살아가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나는 지금 왜 살아가고 있는가, 왜 매일 아침 눈을 뜨는가?
지금의 나는 '내가 되고 싶은 30살이 되기 위해'이다. 왜 그렇냐고 물어본다면 뭐라 말할지 모르겠다. 그저 청소년기쯤부터 항상 생각해왔다. 멋진 30대가 되고 싶다. 아마 아버지를 보며 느낀 것이나, 많은 대중매체에서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뿌리가 어디든, 이 목표에 대해서는 한 치의 의심도 없다.
살아 있는 이유는 원하는 30살이 되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원하는 30살이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행동들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꾸준히 운동해야 하고, 꾸준히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하고, 꾸준히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 과정에 돈도 필요하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돈의 양이 곧 그 사람의 영향력이다. 그리고 나의 30살을 위해서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도구의 도구화
만약 내가 대학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었다고 하자. 그럭저럭 괜찮은 회사에 들어가서, 큰 초봉을 받으며 일하겠지. 그래봤자 30살에는 내가 생각하던 사람이 되지 못한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도구인 돈을 얻을 뿐이다. 즉, 프로그래머로써의 삶은 내 시간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그 돈으로 원하는 경험을 쌓기 위해 돈과 시간을 또 써야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시간을 직접적인 경험을 쌓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 내 하루하루가 이미 살아가는 이유를 충족시키며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프로그래밍 일을 할 때보다 돈은 적게 벌고 있다. 그러나 돈은 가짜일 뿐이다. 오히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경험을 사면서 돈까지 받고 있다.
<월든>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러나 보라!
인간은 이제 자기가 쓰는 도구의 도구가 되어 버렸다.
배가 고프면 마음대로 과일을 따먹던 인간이 이제는 농부가 되었고,
나무 밑에 들어가 몸을 가렸던 인간이 주택의 소유자가 되었다.
도구는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만 도구이다. 돈과 시간을 명확한 도구로 보고, 실제로 더 효율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내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 목표를 이루는 훨씬 더 직접적이고 쉬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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