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번째 출근
북촌에서 인력거 일을 한 지 벌써 두 달이 가까이 됐다. 오늘이 50번째 출근한 날이다.
오늘은 11시에 출근했다.
출근하자마자 12시 예약 손님과 90분 투어를 시작했다. 13시 45분 손님께 바로 가서 또 한시간 투어를 정신없이 했다. 그 이후로는 예약이 없어 길거리를 배회하였고, 운이 좋게 손님을 만나 30분간 즉석 투어를 해드렸다.
16시 30분이 되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얼른 일을 마무리하고, 마나님 레시피로 갔다. 요즘 부쩍 마나님께서 나에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었다. (마나님은 마나님 레시피의 사장님이다.) 그리고 오늘은 길을 힘겹게 올라가고 계셔서, 인력거로 태워 드렸다. 그랬더니 마나님께서 밥을 해줄테니 일을 끝나고 오라고 하셨었다.
마나님께서 해주신 방실비빔밥은 매우 맛있었다. 비건에 전혀 관심 없던 나였는데, 이 식당을 오다보니 관심이 생겼다. 희생당하는 동물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 아니라, 비건 음식을 먹을 때 속이 정화되는 느낌이 좋다.

맛있게 밥을 먹으니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컸다. 그래서 마나님께서 파시는 밀키트를 하나 구입하기로 했다. 그린 커리를 샀다.
마나님께서 혼자 식당을 운영하시다 보니 당신께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도와드렸다. 전구를 갈고, 높이 있는 박스를 꺼내드렸다.
퇴근하고 걸어서 두 달간 묵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왔다. 이 일을 한 이후로 길거리의 사람들을 보는 재미를 알아버렸다. 걸어서 다닐 때마다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생김새도 다양하고 성격도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을 하나하나 보다보면 금방 집에 온다.
오늘은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하고 질서를 부여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기에 노트북을 열고 지난 날들을 회상하며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원하던 삶
나는 군대에서 나가기만을 기다리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군대에 전역한 날부터 자취에 돌입하며 원하던 것들을 하나둘씩 하기 시작했다.
1. 나는 왜 자취를 하고 싶었을까.
2. 나는 왜 사업을 하고 싶었을까.
3. 나는 왜 큰 돈을 벌고 싶었을까.
이제 생각해보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역 이후 자취 생활을 하며 수백번도 고민했었다. 정말 이 꿈이 내가 읽은 자기계발서에 의해 주입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 나는 스스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고 느낄 때 큰 행복감을 느낀다. 그리고 내 삶에 통제권이 있다고 느낄 때 큰 행복감을 느낀다.
그렇기에 자취는 필수적이었다. 인천의 본가나 영등포의 집에서 아무리 집을 바꾸어보려 노력했었으나, 가족 구성원의 마음까지 바꿀 수는 없었다. 내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을 내가 통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가 살아야 했다. 지금은 게스트하우스의 작은 공간이 내 것이지만, 말로 할 수 없는 큰 행복감을 느낀다. 사실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표현보다도, 내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핍을 더이상 느끼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가깝다. 아무튼 자취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20대 시절 자취를 하고 나서 삶이 더 망가져 후회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 또한 게으른 사람이니, 후회할 것이라 말렸었다. 나는 그 말에 겁을 먹어 자취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정말 사업이 내 길인가는 계속 도전해보며 알아가고 있다. 인력거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나는 개인 사업자에 가까운 일들을 하고 있다. 내가 하는 행동에 따라 내 수입이 정해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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