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전

돼지 앞다리살 돈전지 3kg 47000원

파크텐 2023. 8. 2. 23:05

총 평 : ★★★★ 이 가격이면 안 먹어도 이미 맛있다!


결제 일자 : 2023년 06월 18일
사용 기간 : 2023년 06월 18일~23일 (6일)
가격 : 46860원
링크 : 당감동 인근 마트 정육점에서 구입했다. 링크는 없다.
구매 이유 :
23년 6월 당감동 5박 살기 중이었다. (https://rkckskdk.tistory.com/101)
 
애초에 이 여행의 컨셉은 몰입 여행이었다.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을 읽고, 나도 내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몰입하는 시기를 가지려고 했다. 몰입을 위해서 외딴 섬 같은 숙소를 예약했고, 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최소화했다. 
 
<몰입>을 보면, 대부분의 음식은 육식 위주로 할 것을 권한다. 그래서 이 여행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다량의 고기를 냉장고에 쟁여두고 요리해먹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나는 고기 부위에 대해 잘 모른다. 내가 아는 고기 분류는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3개가 전부이다.
 
 
마침 고기를 잘 아는 친구가 있었다. 옆에서 보면 매일 고기 굽는 영상만 보고 있다. (고기남자?라는 채널이라 들었다) 내 여행 계획을 들려주니, 자신도 비슷하게 여행 내내 고기만 먹은 적이 있다고 말해줬다. 그래서 썰을 들으며, 나에게 맞는 고기를 추천받았다. 
 
일단 나 혼자 6일동안 살면서 혼자 요리할 예정이고, 고기 위주로 먹고 싶다고 했다. 구워만 먹으면 맛없을 수도 있으니 다양하게 활용해서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입맛이 예민한 편이 아니라, 그저 양이 적당하면 좋아한다고도 했다.)
 
 
그 친구는 돼지 앞다리살을 추천해줬다. 앞다리살이 구워먹는 용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한데 비해 품질이 괜찮아서, 어떤 것에 먹어도 다 맛있을거라 했다. 혼자서 5~6일 지낼거라면 4만원 어치 정도 사면 배터지게 먹을 수 있을거라 했다. 오... 메모.... 아직도 내 메모장에는 "앞다리살 4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사용 후기 :
 
숙소 근처 마트에 가서 정육점을 들렸다. 돼지 앞다리살 있는지 여쭤보니, 있다고 하시며 냉장실에서 꺼내주셨다. 4만원 어치 정도 사고 싶다고 말씀 드리니, 3만원 어치 밖에 없다고 2개를 꺼내주셨다. 아쉬워하며 고기를 받아들고 깻잎과 햇반을 집어서 결제를 하고 있었다. 정육점 사장님께서 1개를 더 찾았는데 이것도 살 생각 있냐고 물으셨고, 나는 엄청난 크기의 고기 3개를 결제했다.

 
* 현대인 지식의 저장고 나무위키에 검색했다. 돈전지가 앞다리살이라고 한다. 톰과 제리에 나오는 먹음직스러운 고기가 앞다리살이라고 한다. 동그란 뼈가 앞다리 뼈이다. 톰과 제리 덕후로써 마음이 웅장해졌다.
 
첫끼는 톰과 제리를 틀어놓고 준비했다. 내가 앞다리살을 빼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톰이 된 것처럼.
 

구울 준비를 다하고, 실제로 굽는 것은 야외에서 했다. (감성) 밖에서 다 구운 후, 실내로 들어와서 내가 좋아하는 깻잎과 같이 먹었다. 식감이 쫄깃하고 꽤 맛있었다! 비계 부분이 커서 어떻게 구워야하는지 긴가민가 했는데 그럭저럭 잘 구운 것 같다. 중간에 먹을 때 고기가 안익었나? 싶은 부분이 몇개 있었는데, 대한육군 사나이답게 무시하고 먹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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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배탈이 났다.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가 핑 돌았다. 살면서 가장 머리가 어지러운 날이었다. 아예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배도 살짝 아팠다. 이상했다. 안 익은 돼지고기를 먹는다고 머리가 이렇게 아플 일인가? 안익은 걸 먹었으면 속이 안좋아야 하는게 아닌가? 혹시 다른 이유가 있나 싶어서 구글에 검색했다.
 
* 꿀팁 : 몸이 아플 때 증상을 구글에 검색하면, 온갖 죽을 병의 정보는 다 알 수 있다. 그 글들을 읽다보면 더 아파진다.
 
 
뭐 머리 어지러운 것도 증상 중 하나란다. 그러면서 "덜 익은 돼지고기를 먹으면 안되는 충격적인 이유" 와 같이 자극적인 섬네일의 유튜브 영상들도 몇개봤다. 가뜩이나 머리 어지러운데, 더 어지러워지는 영상들이었다.
 
그렇게 24시간을 고생했다. 다음날 아침까지 머리를 싸매면서 잠에 들려고 노력했다. 상상 속에서는 예쁜 숙소에서 사색에 빠지는 여행이었는데...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세상이 맑아보였다.
 
역시 앞다리살이 가성비가 좋다. 저렇게 조금 먹고도 24시간을 아무 것도 안먹어도 되다니! 24시간 동안 먹을 거 생각이 하나도 안났다.
 
 
 
냉장고를 열었다. 나를 고생시킨 앞다리 살이 2.8kg은 남아있었다. 토가 나올라 그래서 그냥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침착하게 문제 분석을 했다. 내가 구울 때 너무 두껍게 구웠다. 가뜩이나 버너 상태가 안좋아서 속까지 못 굽는데, 평소 식당에서 먹던 삼겹살보다도 더 두껍게 구웠으니..
 
요리 종류를 바꿨다.
 
첫날은 아이에게 이유식을 만들어주듯이, 가능한 잘게 잘랐다. 거의 가루 고기에 가까웠다. 그리고 밥이랑 깻잎이랑 비벼먹었다.
 
둘째날은 편의점에서 카레 소스를 사서, 잘게 자른 앞다리살을 넣어 먹고, 김치찌개 밀키트랑 먹었다.
 
셋째날은 편의점에서 부대찌개 밀키트도 사서 먹기도 하고, 후리카케 가루랑 비벼먹기도 했다.
 
넷째날에 드디어 고기가 질렸다. 대구에 친구 만나러 가서 외식을 했다. 친구가 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애써 모르는 척 했다.
 
 
다섯째날이 되서야 세번째 고기 팩을 뜯었다. 이제는 다시 구워먹을 용기가 났다. 사람이 트라우마를 잊어버리는 데 빠르면 4일이 걸린다는 걸 증명했다. 다시 구워먹으니 굉장히 맛있었다. 단, 이번에는 모든 고기를 익었나 판단하면서 먹었다. 구울때도 최대한 얇게 썰고, 항상 속을 확인했다.
 
여섯째날, 11시에 KTX 역으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 아침까지 남은 고기를 먹었다.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6일 내내 배터지게 먹었다. 4만원 어치가 성인 남성인 내가 5일동안 먹을 수 있는 적정한 양이다.



소비 분류 : 그냥 소비 (식재료비)
재구매 의사 : 있음
 
오. 이거 꽤 괜찮다. 나는 맛의 극치가 낮다. 가장 비싸게 먹었던 적은 한 끼에 10만원 정도였는데, 6천원짜리 학교 앞 시골뚝배기랑 만족도가 비슷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먹는 데에 큰 돈은 잘 안쓸 것 같다. 쓴다면 중요한 사람과 대화를 하기 위해 식당의 분위기를 사는 것이다.
 
주변사람들도 나에게 정말 아무거나 맛있게 잘 먹는다고 부러워했었다. 모든 일에 행복해 하는 사람은 늘 행복하다. 평생 먹는 부분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래서 나 혼자의 여행에서 고기를 구해야 한다면, 다시 앞다리살을 살 것이다. 확실히 고기를 구매하니까, 어떤 요리를 할 지 중심이 잡혔다. 여행 계획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건 숙소를 잡는 것이다. 모든 활동이나 교통수단이 숙소를 중심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단을 짜는데 앞다리살이 그런 역할을 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몰입 여행을 기획한다면, 앞다리살 추천한다! 5일 내내 방에서 4만원으로 항상 배부르게 식사를 해결했으니 말이다. 
 
 
존경하는 장사의 신 은현장 대표가 한 말이 있다. (링크) 맛이 있냐 없냐는 가격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 가격대에 맛있는지 맛 없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저렴하다면 안먹어도 맛있다. "안먹어도 맛있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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