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전

말뚝을 뽑은 코끼리의 생각

파크텐 2023. 7. 26. 17:36

코끼리와 말뚝 이야기

서커스단에서 코끼리를 붙잡아두기 위해 말뚝을 사용한다고 한다. 코끼리가 어렸을 때부터, 말뚝에 줄로 묶어둔다. 어린 코끼리는 힘이 없어서, 말뚝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러질 못한다. 처음에는 벗어나려고 시도해봤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말뚝에 묶여 사는 게 당연한 것이 되버린다.

 

어느새 코끼리는 자라서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코끼리는 진작에 말뚝을 뽑고도 남을 힘이 생겼다. 그러나 말뚝을 뽑고 탈출하지 못한다. 자신은 말뚝을 뽑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코끼리에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뽑겠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나중에 코끼리에게 자식이 생긴다. 어른 코끼리는 아기 코끼리에게 말뚝은 절대 뽑을 수 없는 것이며, 뽑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말라고 교육한다. 코끼리에게 학습된 무기력함이 대를 이어 내려가는 것이다. 그렇게 코끼리들은 영원히 말뚝을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말뚝을 뽑았다

올해 나는 말뚝을 뽑았다. 어렸을 때부터 하지말라고 배워왔던 짓은 골라서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짓을 하고 있으며, 6개월째 도전하고 부딪히고 있다. 앞으로도 쭉 그런 삶을 살 것이다. 도전적인 삶을 사는 데서 오는 성취감이 엄청나다.

 

 

실제로 말뚝을 뽑아보니, 생각한 것처럼 큰 위험은 없었다. 오히려 남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실행력을 가지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고 다른 이에게 부탁을 하면, 생각보다 대부분의 사람이 호의적으로 반응한다.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 황금이 있었다. 필요한 게 생기면 그저 적절한 사람에게 말을 걸어 부탁을 하면 된다는 걸 깨달으니 세상이 훨씬 편해졌다.

 

남들은 인간관계에서 손익을 따질 때, 먼저 다가가고 베풀면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들 돈을 아낄 때, 스스로에게 펑펑 쓴다. 다들 불안정한 미래를 두려워할 때, 현재의 자신만 보고 무모하게 도전하고 있다. 소수의 사람들만 말뚝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나도 말뚝을 뽑았다.

 

 

말뚝을 들고 다니는 코끼리

그러나 최근 말뚝을 들고 다니는 코끼리가 된 기분이다. 대부분이 생각해내지 못한 것을 해낸 코끼리가, 그 성취에 휩싸여 말뚝을 뽑았다는 사실을 자랑하려 말뚝을 들고 다니는 것이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으며 생긴 변화에만 너무 취해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말뚝을 뽑은 과정 자체에서, 인생이 바뀌었고 훨씬 시야가 넓어졌다. 남들과 다르다는 자기 인식이 자신감을 월등히 높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예전에 남들에게 휩쓸려 살았는데 어쩌다가 이런 변화를 겪게 되었는지 남들에게 설명해주고 싶은 욕구가 있다.

 

 

코끼리가 말뚝을 뽑은 것이 의미있으려면, 자유를 찾아 떠나야 한다. 정말로 자신의 인생에서 도움이 되는게 무엇인지 고민하며, 인생의 여정을 떠나야 한다. 뽑은 말뚝을 들고 다니며 과거의 성취에만 사는 코끼리가 되면, 말뚝에 묶여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말뚝을 뽑았다는 사실은 코끼리의 인생에서 그저 티핑 포인트일 뿐이다. 뽑았다는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될 순 없다. 진정으로 더 성장하려면 말뚝에 얽메이지 않고 나아가는 삶의 방향에 집중해야 한다.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은 분명 최고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뽑은 말뚝을 내려놓을 차례이다. 그것에 그만 얽메이자. 이제는 목표한 것을 이뤄낼 차례이다. 세상을 구경하러 발걸음을 옮기는 코끼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