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전

안상규 벌꿀 : 꿀 덕후의 미친 마케팅

파크텐 2023. 7. 24. 20:51

우리 집 인근에 특이한 건물이 있다.
 


왔다갔다하며 항상 이 건물 옆을 지나간다. 창 밖을 보며 지나갈 때마다, 안상규라는 사람이 누굴까 너무 궁금했다. 
 
1. 건물 전체를 벌집 모형으로 할 정도면 얼마나 꿀 덕후일까.. 저 건물을 짓고는 뿌듯해하는 어떤 덕후의 모습이 그려졌다.
 
2. 어떻게 오로지 꿀로 건물 하나를 세울만큼의 브랜드를 세웠을까
 
3. 벌에 둘러쌓임에도 웃고있는 저 사진에서는 진짜 광기가 느껴진다. 정말로 꿀벌들을 엄청 사랑하는 사람일 것 같다.
 
 
매번 지나갈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3초 가량 보는 거지만, 내 머리속에는 30분은 남는다. 이걸 몇십번 반복해서 보다 보니, 이제 꿀만 생각해도 안상규라는 이름이 떠오른다. 내가 꿀을 살 일은 없지만, 안상규 벌꿀은 꼭 한 번 맛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실로 엄청난 마케팅 효과이다. 대로변에 위치해있는데, 분명 나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이 인근에 있는 마트는 다른 꿀은 못팔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2층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도 궁금하다. 왠지 직원들은 꿀벌 옷을 입고, 꿀물이랑 꿀빵만 팔 것 같다. 이제 내 머릿속 안상규씨의 모습은 꿀벌의 왕 그 자체이다.
 
안상규씨에게 그러한 호감이 생기니, 안상규 씨의 제품도 궁금해진다. 이토록 꿀에 사랑이 넘치고, 꿀로 건물 하나를 세울 정도면 반드시 꿀은 최고의 품질일 거라는 판단이 든다.
 


프리미엄 꿀 브랜드

 
인터넷으로 조사해봤다. 생각대로 안상규 벌꿀은 엄청난 규모의 회사였다. 아쉽게도 우리 집 근처의 건물은 본점이 아니고, 본점은 경북 칠곡에 있다고 한다. 오프라인 지점도 여러곳에 있고 블로그 후기도 엄청 많다. 블로그의 후기나 인스타그램의 분위기를 보면, 프리미엄 선물로써 제품을 포지셔닝하고 있다.

 
홈페이지도 깔끔히 잘되어있다. (https://www.beeman.co.kr/#01) 요새 기업들의 웹사이트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데, 상당수의 업체들이 이러한 느낌의 웹사이트를 많이 구현하는 것 같다. 자기가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을 스크롤을 통해서만 보여주는 간단한 구조이다. 그러나, 엄청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복잡한 사이트맵과 기능을 하지 않고 이런식으로 단순한 기능만 하는게 더 깔끔해보인다.
 
그러나 안상규벌꿀 홈페이지에서는 벌꿀 덕후라는 이미지보다는 프리미엄 기업 이미지를 주는 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벌꿀 덕후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이트 아이콘이다...... 나는 저 사진이 왜이렇게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다. 정말 하나의 분야만 판 사람의 열정이 느껴진다. 내가 웹페이지 디자이너라고 하면, 저 사진을 적어도 3번의 스크롤 안에는 띄워줬을 것이다.

홈페이지 자체는 프리미엄인데, 아이콘이 이 사진이다..

홈페이지에는 '품질관리를 위해 시중 유통은 안하고 직영점에서만 판매한다'라는 글이 눈에 띄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 제품이 일반 매장의 판매원에 의해 팔리는 게 싫어 애플스토어를 차린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일류의 꿀을 판매하고 있다는 명확한 철학이 있어보여,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여러 세계대회에서도 수상할 만큼 뛰어난 실력임은 분명해보인다. 이를 국내에 마케팅할 때, 프리미엄 선물로써의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구매하려고 누르니, 한 병에 10만원이다.) 시작은 작은 브랜드였을 지라도, 스스로 실력을 키워 가치를 높이고, 결국 프리미엄 전략을 선택한 여정이 궁금하다. 사이트에는 역사나 안상규씨에 대한 정보는 없어 아쉬웠다.
 


안상규씨가 궁금하다

조사하고 보니 안상규 벌꿀이란 브랜드가 더 흥미로워졌다. 브랜드도 그렇지만 안상규씨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다. 시간이 날 때 안상규씨를 찾아가 직접 인터뷰를 하는 계획을 세워도 재밌을 것 같다. 아마 저 건물 꼭대기 층에 꿀벌 모양의 방에 계시지 않을까 싶다. 만나뵙게 되면,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계기로 사업이 확장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실패를 극복하셨는지 들어보고 싶다.
 
다음주에 시간날 때 한번 찾아가봐야겠다. 안상규씨를 못 만나더라도 2층 카페에서 꿀벌 직원이 있나없나만 확인해보고 와도 궁금증이 좀 풀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