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삶/중요한 경험들

충전돼지 / 짐 보관함(T locker) 서비스 개선 건의하기

파크텐 2023. 7. 27. 22:06

또 충전돼지야? 하는 독자분이 있을 수 있다.
 
일주일 사이에 충전돼지 글만 벌써 3번째다. 그만큼 애용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이번 글은 좀 다르다. 충전돼지가 미운 것 절반,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절반이다.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건이지만, 내 가치 나눔을 한 번 더 하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감사하자.
 
 

무계획형(P)의 일처리법

22일 토요일에 있던 일이다.
 
친구들과의 약속에 갔다가, 부대로 복귀하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시간이 즐거워서, 빠듯한 일정에도 예상된 시간보다 5분 정도 더 있었다. (늘 그렇듯, 큰 사고가 있기 전에는 그것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지나간다.)
 
부대로 복귀하기 전에 해야될 일들이 몇 개 있었다.
 1. 지하철 역에 들려 짐보관함에 있는 물건을 꺼내야 했다.
 2. 택배를 보낼 일이 있었다.
 3. 핸드폰 배터리가 3% 쯤이라, 충전돼지를 이용해야 했다.
 
3가지 중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방배역을 가는 택시 안에서 이렇게 계획을 짰다.
 
 (1) 방배역 앞에 있는 충전돼지에서 충전기를 꺼내 충전한다.
 (2) 방배역에 들어가서 짐보관함을 연다.
 (3) 다시 다른 출구로 나가서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낸다.
 (4) 택배를 다 보내면서 택시를 부른다.
 (5) 택시가 올 동안 근처 충전돼지 반납소에 반납을 한다.
 (6) 택시를 타고 부대복귀한다.
 
(마!! 이게 P 60%의 계획이다!)
 
하나만 비틀어져도 부대 복귀에 늦을 수 있었고, 3가지가 비틀어졌다.
 

혼돈의 카오스

 (0) 방배역에 택시에서 내렸다. 

 (1) 방배역 앞에 있는 충전돼지에서 충전기를 꺼내 충전한다.

  - 미리 봐뒀던 충전돼지 보관함에 들려 충전돼지를 꺼냈다. 다행히 이번에는 3% 배터리로 폰이 안꺼진 채로 꺼낼 수 있었다. (성공)

 

 (2) 방배역에 들어가서 짐보관함을 연다.

 - 어라? Tlocker 앱으로 열려고 했는데 열림 버튼이 안보인다. 분명 내 짐이 보관되어있다고는 뜨는데, 열림버튼 대신 보관버튼만 있다. 1차 멘붕이 왔다. 단순한 앱 오류인가, 내 짐을 누가 가져간건가, 이 짐 보관함은 이제 못 여는건가 엄청 고민했다. 컴퓨터 국룰 껐다켜기를 해봤다. 앱을 껐다켜도 증상은 그대로다.

짐보관함에 있는 짐을 버리고 갈까도 생각해봤다. 근데 이대로 부대복귀하면 이 짐은 영영 못찾는다. 절대 안된다.

그러다가 예전에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열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급하게 전화를 걸었고, 2~3분 동안 대기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열어달라고 부탁드렸고, 간단한 자기 확인 후 드디어 열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이미 부대복귀는 1~2분 싸움이겠구나 싶었다.

 

 (3)  다시 다른 출구로 나가서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낸다.

엄청 긴박하게 하니 평소 긴장을 잘 안하는 나도 편의점에서 엄청 실수했다. 택배 보내는 기계를 다루는 데에 몇번의 실수가 있었다. 그래도 준수하게 원하는 택배를 보냈다.


 (4) 택배를 다 보내면서 택시를 부른다.

 완료


 (5) 택시가 올 동안 근처 충전돼지 반납소에 반납을 한다.

이상하다. 충전돼지 반납소가 안보인다. 분명 교회 앞 버스정류장 옆에 있다고 써있는데, 교회랑 버스정류장은 보여도 충전돼지가 있을 만한 곳이 안보인다. 택시가 오려면 2분 정도 남았는데, 계속 찾아봤고 결국에는 못찾았다.

 결정을 해야될 때였다.

   1. 택시를 취소하고, 멀리 있는 충전돼지 반납소에 가서 충전돼지를 반납하고 다시 택시를 부른다.

   2. 충전돼지 보조배터리를 들고 부대로 복귀한다.

 

고민해보고 2번을 선택했다. 위약금이야 얼마든 내면 되겠지. 다음 외출 때 나와서 제출하면 되겠지 생각했다. 괜히 복귀 늦게했다가 여기저기서 한 소리 듣고 기분 안좋아지는 것보단 낫겠지 라고 생각했다.

(후에 찾아보니, 이 선택으로 4만원 가량의 돈이 나갔다. 그동안 저렴한 충전돼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얻은 점도 많았으니,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셈치자.)

 

 (6) 택시를 타고 부대복귀한다.

부대에 도착하니 정확히 2분전이었다. 신호 하나만 더 걸렸더라도 늦었다.

 

 

 

서비스 건의

여기까지는 그저 일을 끝까지 미루길 좋아하는 미련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단순히 상황을 탓하면서 '나는 운이 없어' 하는 것은 내가 살고 싶은 방식은 아니다.

평소라면 '그래도 ~~하니까 괜찮아. 이것조차 다 배우는 경험인걸'하고 넘어갔을거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니, 이건 가치를 나눌 수 있는 기회였다.

 

 

두 서비스가 다 예기치 못한 오류가 생겼고, 나는 거기에 내 시간을 소비했다. 이걸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분명 다른 사람도 같은 일을 겪을 것이다. 길거리에 큰 돌이 있어 걸려 넘어졌을 때, 욕을 하며 상황을 탓하는 사람이 있고, 남들을 위해 그 돌을 치워주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의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했다. 

 

 

두 서비스의 서비스 센터에 연락했다. 고객센터의 전화상담원 분이 당장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에, 문자로 문의를 넣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두 곳 모두에서 담당 부서에게 전달하겠다는 답장이 왔다. 이를 통해 한동안 모르고 넘어갔을 뻔한 오류를 하나 잡은 것이 뿌듯하다. 한 때 프로그래밍에 엄청난 재미를 느꼈으나 디버깅에 머리를 쥐어잡은 적이 많은 나는, Tlocker 개발팀이 이번주는 꽤나 고생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킬킬킬 작은 행동이지만, 단순히 마음 속에서 긍정적 사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치를 나눌 생각을 했다는게 의미가 있었다.

 

 

좋은 징조

평소 좋아하는 유튜버 MINPAK은 일이 술술 풀리기 전 징조로 '내 주변 전자기기가 자주 고장난다'고 말했다. 자신이 엄청 크게 잘되기 전에는 항상 이상하리만큼 잔고장이 많았다고 한다. 

 

22일 일은 분명 평범한 상황은 아니다. 1년간 쓰던 충전돼지 충전소가 안보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Tlocker 앱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 일을 나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환하여 가치를 나누었다.

 

 

이는 분명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좋은 신호다. 실제로 이 글을 쓰는 27일까지도 말도 안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이 기간에 내 인생을 레벨업시킬 몇번 안되는 기회가 지나갈 수도 있다. 눈 똑바로 뜨고 기회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