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삶/중요한 경험들

내가 살 파크텐 삼성의 경비원 분께 커피 사드리기

파크텐 2023. 7. 19. 23:18

오늘 외출을 나와서, 시간이 약간 붕 떴다. 강남역 무인양품에서 나온게 오후 7시 50분 쯤이다. 강남역의 분위기를 느끼다가, 슬슬 다른 곳에 가고 싶어졌다. 오후 9시쯤에 들어가야하니까, 1시간 정도가 남은 상태였다.

 

서점을 갈까? 백화점을 찾아서 들어갈까? 길거리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볼까?

 

뭔가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의 기분이 뭔가 그렇게 좋진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인지는 모르겠다. 사람이 많아서 에너지를 빼앗긴건가) 뭔가 가슴을 뛰게하거나, 생각만 해도 두려운 경험이 필요했다. 그런데도 도전할만한 경험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면 당연히 삼성역이다.

나는 명확히 살 집이 있다. 삼성역 5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파크텐 삼성이라는 오피스텔이다. 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오피스텔의 디자인과 크기가 내가 원하는 이미지에 딱 맞다. 그리고 테헤란로 대로변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좋아보인다. 테헤란로는 주로 직장인들이 많은 곳인데, 수많은 직장인들이 왔다갔다하는 큰 대로를 내려다보며 즐기고 싶다.

 

처음 파크텐 삼성을 떠올린건 30살의 내가 어디에 살지 정하면서이다. 그러나, 나는 파크텐 삼성에 입주하는 데에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 2025년 1월 내 생일 때는 꼭 입주하는 게 목표이다. 월세로는 300~400만원 가량이 필요하니, 그 정도 수준의 경제력에 얼른 도달해야 한다.

 

최근에도 외출을 나와 파크텐 삼성에 몇번 갔다. 직접 들어가 고층의 뷰를 구경하기도 했으며, 그냥 그 앞에 앉아 파크텐 삼성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는 그 사람들에 나를 대입하여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슬리퍼 차림으로 엄청 급하게 택시를 잡고 어디론가 갔다. 나도 이 정도 집에 살 수준이 되면,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려 택시를 타고 다닐 것 같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도 의욕이 필요할 때면 파크텐 삼성 사진들을 보고, 가끔은 자기 전에 파크텐 삼성을 스케치북에 그려본다. 자기 전에는 파크텐 삼성에 있는 나를 떠올린다. 이미 인테리어나 가구는 거의 다 생각해놨다.

 

 

이번에도 무작정 삼성역으로 향했다. 시간이 빠듯했지만, 파크텐 삼성에서 지내는 나에 대한 이미지를 더 뚜렷히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파크텐 삼성에 도착하니, 경비원 분께서 주차장 입구 의자에 앉아 계시는 게 보였다. 전에도 경비원분께 말을 걸고 싶어 커피를 사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결국 말을 걸지 못했다. (결국 그 날은 내가 커피를 2개 다 마셨다 하하.) 그때는 사실 양복을 입고 계셔서 경비원 분인지 아닌지 확신이 안섰었다. 오늘이 기회다 싶었다.

 

근처 폴바셋에 갔지만 문을 닫았고, 건너편의 스타벅스를 찾아 갔지만 스타벅스가 안보였다. (아마 거기는 스타벅스 회사의 사무실이었던 것 같다.) 결국 어떻게어떻게 카페를 투썸을 찾았다. 좀 더 고급진 커피가 아니라 아쉬웠지만, 최대한 좋아하실 것 같은 커피로 골랐다. 이것저것 방황하느라 시간이 빠듯했지만, 비록 복귀를 늦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은 꼭 말을 나눠봐야겠다고 결심을 한 상태였다.

 

커피 2개를 들고 주차장으로 갔다. 경비원 분이 안계셨다. 이런!

파크텐 삼성 1층 입구와 내가 마신 카페라떼

 

 

앞에서 3분 정도 기다렸는데 안오셨고, 시간은 점점 빠듯해왔다. 결국 경비원 분의 책상에 올려두고 쪽지를 남기고 가려고 결심했을 때, 뒤 화장실에서 경비원 분이 나오셨다. 환한 미소로 인사를 드리고, 식사는 하셨는지 여쭈었다. 그리고는 콜드브루 커피를 샀는데 괜찮은지 여쭙고는 커피를 드렸다. 처음에는 당황한 듯 보이셨지만, 금새 나에게 여기에서 거주하시는 분이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아직 계약은 안했는데, 곧 입주할 생각이라고' 답변 드렸다. 그리고는 경비원 분의 일이 무엇인지, 주차 시스템은 어떻게 되었는지를 여쭈어봤다. 그러자 경비원 분께서 엄청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변해주셨고, 기계식 주차가 어떻게 구동되는  지도 시연해주셨다. 사실 많이 늦은 상황이었지만,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경비원 분과의 대화가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는 주로 여기에 입주하시는 분이 어느 정도 있는지, 어떤 일을 하시는지도 여쭈었고, 웃으면서 답변해주셨다. 다행히 나에 대한 경계심을 많이 푸신 것 같았다. 나는 이제 갈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웃으면서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말씀드렸다. 경비원 분께서도 환하게 웃으시며 잘 가라고 하셨다.

 

 

앞으로 자주 와서 인사드릴 생각이다. 제대를 하고 나서도, 서울에 자취를 할 때에도. 파크텐 삼성에 올 때마다 나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신하게 되고, 잡생각이 사라진다. 여기에 입주한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많은 힘을 받는다.

 

나는 이 집에 꼭 입주할 것이고, 그 경비원 분과 자주 인사드리는 사이가 될 것이다. 2025년 1월 27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