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삶/중요한 경험들

군생활 4일 추가

파크텐 2023. 7. 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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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들었습니다?
 

 
군생활이 늘어났다. 정확히는 휴가가 2일 잘렸다. 2일 쉴 수 있는 날이 사라지고, 2일 근무를 더 서게 되었으니 4일 늘어난 셈이다. (아무튼 그렇다)
 
경과는 이렇다. 휴가까지 남은 기간이 2주 남짓하면서 내 마음이 풀어졌다. 방심했다.
 
내가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갑자기 간부의 결정 하나로 그것을 못 누리게 되었다. 한 가지 자유를 빼앗긴 나는 반발심에 자물쇠를 열고, 그 공간을 사용했다. 사용하다가 그 간부에게 걸리게 되었고, 내가 상황처리를 잘못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사건이 커졌다.
 
그냥 훈계하며 상황은 잘 끝났지만, 원칙상 어떤 사고를 치면 가지고 있는 휴가 중 분대장을 맡으며 받은 휴가는 다 반납하여야 한다. 그래서 분대장 휴가 2일이 반납되었다.
 
 
그러나, 이 일로 많은 것을 배웠다. 휴가 나가서 2일을 더 사회에서 보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로, 감정에 대한 고찰이다. 내 마음 속 깊숙한 곳에는 사회에 대한 반항심이 있다. 그런데 보통 나는 자유를 제한할 때 그런 마음이 심해진다. 그동안 할 수 있는 행동이었는데 하루 아침에 못하게 되었을 때, 감정 상태가 격해진다. 결국 내가 감정 상태에 휩쓸려 내 무덤을 판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걸릴 확률이 큰 데에 비해 걸릴 때 리스크가 너무 큰 일임을 생각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둘째로,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처음 내가 그 공간을 사용한 것을 본 건 어느 병사이다. 그 분이 여기 어떻게 들어왔냐고 물었다. 나는 생각이 복잡해졌지만 입에서는 거짓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고는 낮잠을 자러 갔다. 그 전날 책을 읽느라 4시간 가량 밖에 못 잔 상태였고, 너무 피곤해서 아무 생각도 안들었다. 자려고 누웠을 때, 내가 지금 저 병사에게 가서 한 번만 봐달라고 자존심을 굽힌다면, 일이 크게 번지는 일은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누가 이 공간의 자물쇠를 열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생기면,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서 일이 커질테고, 그 과정에서 걷잡을 수 없는 단계에 갈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에이 몰라. 피곤한데 자고 일어나면 다 해결되어 있겠지'하고 잠들었다. (군생활 2일을 2시간의 낮잠과 바꾼 사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이런 경험이 몇번 있다. 너무 피곤해서 판단력이 흐려졌을 때, 판단을 회피해서 골든타임을 놓친 적이 많다. 그때 항상 내 생각은 '에이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마인드였다. 내가 성공하겠다고 다짐하기 전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만, 지금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더 큰 책임을 져야할 일들이 산더미 같을 텐데, 이 버릇을 당장 없애야 한다. 판단을 회피하고 자고 싶다면, 가서 세수를 하고 똑바로 판단을 내리고 자자. 이 세상에는 판단을 미뤄서 좋은 일도 있지만, 판단을 빠르게 내려야 하는 일도 분명히 있다.
 
셋째로, 내 멘탈이다. 확실히 멘탈이 좋아졌다. 1년 전 나라면 군생활 4일이 늘어난 걸로 4일은 더 우울해져 있었을 것이다. 1년 전에도 이 정도 사고를 친 적이 있었는데, 엄청 우울해지고 부끄러웠다. 마음이 뭔가 결리고 큰 잘못을 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감이 넘치고, 아무렇지 않다. 최근 6개월간 내 행동에 대한 책임감과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떠한 일도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아무 일도 내가 목표와 성공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조금도 방해할 수 없다. 모든 일은 내 여정을 돕기 위한 일들일 뿐이다. 이번 일도 앞으로의 내 마음가짐과 실수에 대한 교훈을 주기 위한 일에 불과하다. 2일의 휴가보다 얻은게 많으니 오히려 기분이 좋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이 잘못에 대해 간부들과 이야기할 때에 드러났다. 처음 병사와 마주치게 되었을 때는 거짓말이 나왔지만, 그 이후로는 더없이 솔직한 태도로 일관했다. "말년병장이어서 마음이 풀어졌고, 자유 억압에 대한 반발심에, 그에 따른 잘못된 행동을 저질렀다."라는 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 떳떳하게 받을 수 있는 처벌을 받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자, 역으로 전략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었다. 나의 처벌보다는 개인적인 감정이 상한 간부에게는 죄송하다는 태도로, 사실 관계를 따지려는 간부에게는 정확한 사실관계만, 별 관심이 없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간부에게는 솔직하게 (그러나 조금 부끄러운듯이) 말했다.
 
 
확실한 처벌을 받은 만큼, 확실한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 일이 잘못됨을 느꼈으나 결정을 미루고 싶다면, "군생활 4일 추가" 일곱글자를 떠올리자. 정신이 번쩍 들 것 같다. 앞으로는 판단을 미루고 싶을 때, 특히 졸릴 때면 위기상황임을 자각하는 메타인지를 발동하자. 또한 자유를 억압당하는 상황이 오면, 내 감정을 더 차분히 관찰하고 내 이익에 따라 행동할 필요성이 있다.
 
오늘도 크게 성장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