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삶/중요한 경험들

무인양품 직원분께 조언을 구하다

파크텐 2023. 7. 19. 23:58

나는 무인양품이 너무 좋다.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가진지가 어연 5년정도 됐다. 무인양품을 알기 전에는 철학이 불명확했는데, 무인양품이 내 인생철학을 확고히 해주었다.
 
상표가 없는 양질의 제품. 내가 원하는 삶이다. 모든 제품은 상표가 있다. 오랫동안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각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상표가 눈에 띄는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은, 꾸준히 상표의 이미지가 나에게 정보로 들어온다는 뜻이다.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그 브랜드를 내 머리에 넣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상표는 나에게 불필요하다. 나는 단지 그 제품의 본질에 집중한 제품을 쓰고 싶다. 로션이라면 그 로션의 구성성분 자체가 중요하지, 그 로션 회사의 이름이나 구성성분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굳이 통에 적혀있을 필요가 없다.
 
내 삶도 그러하다. 나를 표현할 때에 거추장한 상표를 달기는 싫다. 내 출신 지역, 학교, 이름, 나이, 소속 등... 그건 내가 속해있는 일부에 불과하지, 나 자신은 아니다. 나는 생각과 행동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 그것이 나의 본질이다.
 
 
이러한 점에서 미니멀리즘과 내 삶은 떼놓을 수가 없다. 나중에는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 이게 진정한 멋이고,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추구할 방향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에 반해 미니멀리즘을 제대로 실현한 브랜드는 적다. 그 소수의 브랜드들 중 하나가 무인양품이다.
 
 

제대 후에 무인양품에서 일해볼까

 
나만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무인양품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업자나 디자이너의 생각을 정리한 책들도 읽어봤지만, 무인양품에서 직접 일하면서 느끼는 것들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 달 전부터 무인양품을 지원할까 고민했었다. 마침 삼성역에 무인양품 지점이 하나 있었고, 무인양품에서 일한 후 파크텐 삼성도 한 번씩 구경하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삼성역에 있는 무인양품 파르나스몰은 인터넷에 검색할 때부터 불친절하다는 평이 많았다. 저번 외출 때 직접 방문해보았는데, 불친절하다는 느낌보다는 매장 자체가 작아서 무인양품의 분위기가 잘 안나는 느낌이었다. 코엑스 지하에 있어 외국인과 유동인구들이 엄청 많았고, 매장 구조가 입구가 확 펼쳐져 있는 느낌이라, 사람들이 그냥 구경하고 슥 가는 느낌이었다. 정리하자면 왔다갔다 하는 손님은 많은데, 무인양품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손님들은 일부인 느낌이었다. 마케팅은 잘 되었으나, 구매전환율이 낮은 것 같다 해야 하나. 그래서 인터넷 평이 안좋았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파르나스 몰에 방문하고 부대에 와서 깊게 고민해보니, 무인양품에서 일하는 거에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유튜브로 무인양품 알바 경험이 있는 분들이 설명하는 영상들도 몇개 봤다. 부정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어차피 내가 하려는 것은 온라인 사업인데, 단순히 매장에서 쓰레기를 정리하고 포스기로 결제하는 것을 배울 이유가 있을까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책과 서평을 읽으며 삶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가차나아라는 참 뛰어난 네이버 블로거가 올린 서평인데, 한 번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https://blog.naver.com/rkckskdk/223151147914) 링크에 들어가기 귀찮은 분들께 한 줄 정리를 하자면, "뭐든 그것을 경험한 사람한테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는 게 가장 좋다"라는 것이다. 백날 유튜브를 찾아보고 속으로 고민하는 것보다, 무인양품 직원께 직접 물어보면 더 많은 것을 얻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무인양품 강남역점을 방문했다.
 

3층짜리 초대형 무인양품 강남역점

헉. 무인양품 광팬으로써 3층짜리는 처음 본다. 그것도 건물 한 층 전체를 써서 3층짜리이다. 너무 행복했다. 무인양품이 이런 서비스도 하는구나 하는게 많았다. 빵도 팔고 카페도 있다. 자수도 해주고 각인도 해준다. 다 무인계산기로 이루어져 있다. 1,2,3층이 명확히 카테고리로 구분되어 있고, 직원분들도 많았다.
 

 
1층의 직원분들께 말을 걸려고 찾아보았지만, 다들 무척이나 바빠보였다. 괜찮다. 위에 두 층이나 더있다.
 
2층에 올라가자마자, 옷을 정리하고 계신 직원 분이 보였다. 2층은 사람이 몇명 없어서 한산했고, 그 분 주변에는 특히나 손님이 없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바로 가서 말을 걸었다. 손님으로써 물건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는 것이 아닌, 먼저 경험을 해본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는 느낌인 만큼, 최대한 정중하게 말을 걸려고 노력했다. 
 
"바쁘게 일하시는데 죄송합니다. 혹시 뭐 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제가 무인양품에서 직원 혹은 알바로 지원해볼까 하는데, 궁금한게 많아서,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몇가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20분 간의 대화

처음에는 짧게 대화하려고 했다. 미용실이나 학원에서 상담 형식으로 소비자로써 말을 건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처음보는 타인에게 1:1로 상담을 해본 적은 없었다. 게다가 일을 하고 계실테니 일에 방해되지 않을까 해서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엄청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셨다. 직원만이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셨고, 중간중간 사적인 이야기도 물어봐주시고, 응원도 해주셨다. 지금 점장님께 바로 소개드리고 싶은데 안계시다는 얘기도 해주셨다. 직원 분의 눈빛에서도 나를 돕고 싶다는 눈빛이 보여서, 부담을 가지지 않고 궁금한 건 다 물어보았다. 결국 20분 가량을 대화했다.
 
정말 재밌는 대화였다. 궁금한 게 더이상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계속 질문에 질문을 했고, 직원 분은 자신이 알고있는 전부를 설명해주셨다. 마침 2년동안 여러 지점에서 근무하신 분이라 다양한 관점에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꼭 여기 지점에 지원해서 다시 보자는 말씀을 해주셨고, 나는 너무 감사하다고 하고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말씀 드렸다.
 
생각보다 사람들과 직접 부딪히면 얻을 수 있는게 많다. 이 경험이 최근한 경험 중 가장 도전적인 경험이었는데, 역시 가장 얻은 게 많았다. 앞으로도 고민되는 것은 무조건 전문가와 대화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제대 후에 무인양품에서 일해볼까

근무내용이나 근무시간, 그리고 직원분들의 분위기를 들었을 때, 내가 유튜브로 본 것들과 많이 달랐다. 특히 강남점은 분위기가 좋아서 내가 생각하던 근무환경에 가깝다. 여기서 일하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내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에 필요한 경험들도 쌓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만약 일하게 된다면 꼭 강남점으로 와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지원하는 것에 부담도 덜고, 꿀팁들도 많이 배웠다. 생각보다 지원이 어렵지 않고, 근무 환경이 유동적이었다. 물론 근무 환경을 보고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받는 월급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를 드리기에도 좋은 환경으로 보인다. 
 
지금은 외출을 다녀오자마자 쓴 글이라, 아직 결정을 한 건 아니다. 그래도 매우 긍정적이다. 온라인 사업이 자리잡기 전까지는 무인양품에서 일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법을 배우면 좋겠다. 좀 더 고민해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결정은 한결 쉬워졌다.)  자세한 대화 내용이나 들은 이야기들은 내일 정리하여 올려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