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삶/중요한 경험들

폰 배터리 방전

파크텐 2023. 7. 19. 18:39

오늘 외출날이다. 오후 2시쯤부터 딥 슬립을 했다. 일어나보니 외출 나갈 오후 5시였고, 폰 배터리는 10퍼였다. 너무 바쁘게 준비한 나머지 충전도 안했고, 밖에 나와보니 8퍼 쯤이었다. 괜찮겠지 하고 충전돼지를 찾으러 돌아다녔고, 충전돼지 대여소에 도착하니 3퍼였다. 얼른 결제하려고 핸드폰을 하는 와중에 전원이 꺼졌다.



폰이 꺼지니 결제도 못하고, 충전도 못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때다 싶었다. 내 위기대처능력을 키워주시려고 신께서 또 선물을 주셨구나.

옆에 계신 유니셰프 자원봉사자 분들께 충전기가 있는지 물었다. 나를 도와주려는 표정이 보여 감사했지만, 아이폰 충전기는 없다고 했다. 폰이 꺼진채 방배역 거리를 돌아다녔다.
 
 
어느 가게에 들어가 부탁을 할까 고민하다가, 세븐일레븐에 들어갔다. 내가 직원분께 간곡히 부탁을 하자, 구석에 있는 아이폰 충전기를 찾아다 주셨다. 너무 감사하다고 하며 폰을 맡겼다. 폰이 다시 켜지기까지 5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가게 영업에 방해가 될까봐 가게 밖으로 나가 서있었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충전만 맡기고 아무것도 안사고 돌아간다면, 나는 여기에 가치를 받기만 하는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치를 돌려드릴 방법을 고민했고, 그렇다고 필요없는 물건을 사고 싶진 않았다. 창 밖에서 보니 밥을 먹는 코너가 지저분한 걸 발견했다. 내가 지나가는 손님이라면, 지저분한 걸 보고는 들어가기 꺼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서 쓰레기통 주변에 아무렇게 버려진 컵라면 쓰레기들을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었다. 의자를 정리정돈했다. 책상에 흘려있는 라면스프를 휴지로 닦았으며, 아무렇게 널브러진 휴지들을 예쁘게 각을 맞췄다. 직원 분께서 바쁘셔서 보시진 못한 것 같지만, 나 자신이 뿌듯한 게 더 중요하다. 
 
충전된 핸드폰을 받았고, 받으며 너무나도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번 드렸다. 마지막으로 좋은 하루 보내라고 말씀드리니, 웃어주셨다. 나 역시도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필요한 가치를 얻고,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를 잘 드린 경험이었다. 미용실 예약 시간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었는데, 편의점에서 시간을 쓰니 정확하게 시간이 맞았다. 남는 시간을 꽤 잘 활용했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다음에는 나가기 전에 배터리를 신경 쓰자! 잠에 든 나를 믿을 수 없다. 오늘은 딱 맞춰 일어나서 다행이지, 더 늦었으면 하루가 더 스펙타클해질 뻔했다. 외출해야 하는 날에는 핸드폰 배터리에 신경쓰고, 항상 알람을 맞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