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전

할머니의 밥을 맛있게 먹기

파크텐 2023. 8. 15. 23:00
선생은 가르치는 것이 주된 일이고,
학생은 배우는 것이 주된 일이다.

그리고, 손자는 밥을 맛있게 먹는 것이 주된 일이다.
- 가차나아

 

 

일주일 만에 할머니댁에 방문했다. 

 

이제 다다음주면 진짜 독립이다. 19살 때 대학 기숙사에서 몇년간 지내면서 집과 멀리 떨어져있던 경험은 있지만, 진짜 쌩으로 사회에 부딪히는 경험은 처음이다. 두려우면서도 설렌다. 

 

오늘 할머님께도 독립을 말씀드렸다. 구체적인 것은 너무나도 걱정하실까봐 이야기 안했지만, 앞으로 나가서 살면서 2달에 한 번 정도는 반드시 오겠다고 약속드렸다. 최근 나에게는 할머니가 부모님보다도 더 소중히 생각될 때가 많다. 어렸을 적부터 받아왔던 관심과 사랑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나를 많이 걱정하셨지만, 그래도 많이 응원해주셨다.

 

 

요즘에는 정말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회에서 처음 만나서 잘 이해도 안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어떻게 하면 기쁠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해서 생각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할머니가 어떻게 하면 기쁨을 느낄지 고민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안걸렸다. 그냥 할머니 밥을 너무 맛있게 우걱우걱 먹으면 된다. 정말 행복해하신다. 그러나 최근 내가 정말로 밥을 먹는 양이 줄어들면서, 할머니 밥을 절반 가까이 남겼다. 그나마 많이 먹으려고 한건데도, 양이 너무 줄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할머니 집에서 밥을 먹는 몇 안되는 날이니, 반드시 다 먹어서 할머니께 가치를 선물드리겠다 다짐했다. 오늘 두 끼를 먹었는데, 전부 아주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나서 정말 맛있었다는 말씀도 한 번 드리면 많이 행복해하신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가치 나눔이다. 

 

식폭행으로 아직까지 배부르지만, 마음은 행복하다. 나가서 살게 되면 이 집 밥이 매우 그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