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전

미니멀리즘을 실천할 때 가장 어려운 점

파크텐 2023. 8. 6. 11:06

나는 집을 깨끗이 비우고 싶었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는 물건 하나하나에 신경 쓸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일하느라 바쁘다. 그렇다고 24시간 일만 하시는 건 아니지만, 집에서의 시간 대부분을 힘든 몸을 회복시키는 데에 사용하신다. 그렇기에 우선 나 자체를 미니멀하게 바꾼 후, 나의 남는 에너지를 집을 비우는 데 쓰고 싶었다. 그리고 분명 이렇게 사는 것이 모두가 더 좋은 방향으로 사는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시간이 날때마다 하나씩 버렸다. 우리 집엔 괴물이 살고 있었다.

할머님이 사은품으로 받아온 새 후라이팬이 베란다에만 8개 있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오래돼서 먼지에 둘러쌓여 있었다. 그래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후라이팬을 버리고 새 후라이팬으로 교체하려고 살펴보니, 지금 사용하고 있는 후라이팬이 10개가 넘었다. 5명이서 사는 집에 후라이 팬은 동네 식당이랑 개수가 비슷했다.

 

온갖 안쓰는 물건들이 훼손된 상태로 가득했다. 베란다에는 물건들이 너무나도 꽉 차 사람 한명 들어가기도 힘들었다. 우리 집은 원래 화장실이 2개인데, 사용할 수 있는건 1개이다. 하나는 물건들로 꽉 차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답답했다. 그리고 내가 이 집에 노동력을 투입함으로써 모두가 더 행복해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나를 힘들게 한 건 가족들이었다. 

 

버리려고 하면 그걸 왜 버리냐는 말이 계속 들려왔다. 그건 ~~가 선물해준건데, 그건 아직 쓸만한데, 그건 나중에 사려고 하면 다 돈인데, 그건 나중에 ~~하면 쓸 수 있는 건데, 그건 나중에 찾는 사람이 꼭 생길텐데 등등.

 

처음에는 그 말 자체에 안좋은 감정이 들었다. 그런 말을 하며 쌓아둔 물건들 때문에 점차 사람들이 살 공간이 부족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결해야할 방법은 물건을 치우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하려는 노력이 가족들을 더 좋은 공간에서 살게 하여 행복하게 하는 것인데, 버리는 행위 자체로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면 하지 않는 것이 맞지 않을까? 내 생활 양식과 관점을 가족들에게 반영하는 것이 맞는가? 

 

존경하는 김승호 회장님은 아내와 함께 살 때, 소비의 검소함을 강요하지 말라고 하셨다. 자신이 돈을 적게 쓰면 검소한 것이지만, 남에게 강요하는 순간 인색함이 된다고 하셨다. 이걸 내 상황에 반영해본다면, 분명 미니멀리즘적으로 사는 것이 더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이라고 난 확신한다. 그러나, 평생을 맥시멀리스트로 아껴 살아오신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나의 생활습관을 강요하는 것이 정말 행복일까? 그저 철없는 손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집을 나가 살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깔끔하고 더 큰 집을 선물해드리고, 이사하는 김에 대부분의 물건을 버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 

 

 

더 노력해야겠다. 일단 한 달간 있을 내 방만 깔끔히 치우려고 한다. 이는 명확히 내 퍼포먼스와 연결되기에. 그리고 집 전체를 치우는 것은 포기하고, 집 자체를 새로 사려는 마음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