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전

팔 털

파크텐 2023. 8. 5. 17:33

이런걸로까지 글을 써야할까

TMI 중에서도 TMI이다. 그러나 이 글에도 검색 유입이 있을까봐 무섭다. 심지어 최근 올린 글 중에, ‘갓길 노상방뇨’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들어오신 분이 있었다. 세상이 정말 무섭다.


내 오른쪽 팔뚝엔 흰색 털이 있다. 예전 불주사 자국이 남아있는 곳 쯤이다. 그런데 문제는 불주사의 영향인지, 이 털이 계속 자란다는 것이다.

정말 머리카락처럼 자란다. 그래서 예전에는 주기적으로 뽑아줬었다.


그리고 작년 2월, 1년간 모아온 팔 털을 그 당시 여자친구에게 선물해줬다. 1년간의 나의 단백질이 녹아있는 나이테 같은 털이라면서. 군대에 있는 동안 털을 보며 나를 떠올리라고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미친놈 같다)


그리고 입대 이후로 쭉 털을 길렀다. 내 인생 최장 털 길이까지 자랐다. 내 울퉁불퉁한 근육질 팔을 반바퀴나 두를 수 있을 정도의 길이였다.

제대하고 뽑으려는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그 털은 내 군생활 동안의 짬밥을 다 포함한 것이기에. 1년 6개월간의 추억이 다 녹아있는 털이 아닌가.


그러나 제대를 한 달 앞두고 뽑혔다. 후임한테 내 팔 털 스토리를 들려주며 길다고 뽐내다가, 쏙하고 뽑혔다. 오... 이렇게 쉽게 뽑히다니. 잘 익은 털이 잘 뽑힌다.

사실 내 군생활도 그렇다. 처음에는 제대하면 모든 세상이 내 것이 될 것 같았고, 너무나도 행복감을 느낄 줄 알았다. 그러나 정작 지금 제대에 관해서는 아무 느낌이 안든다. 왜냐하면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제대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됐기 때문이다.

나의 목표도 그렇다. 아마 그 목표를 이루는 순간에는 아무렇지 않겠지. 그렇기에 여행 자체로 보상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일 거다. 내가 목표를 정하고 이루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끼는거지, 목표가 곧 행복은 아니다.

아직은 내 목표가 꿈만 같이 느껴지는데, 아무렇지 않게 되는 순간까지 오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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