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전

택시기사님을 존중하기

파크텐 2023. 8. 2. 07:35

성인이 되어 만난 친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1. 오래 시간을 보내다보니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재밌어져 꾸준히 만나는 친구

2. 나와 삶을 대하는 태도가 같아, 함께 목표를 이뤄나가는 친구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친구는 두 부류에 모두 속하는 몇 안되는 친구이다. 같이 있으면 정말 즐겁기도 하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들은 배울 점이 정말 많다. 그런 면에서는 동료보다는 멘토, 혹은 선배에 가까운 것 같다.

 

 

그 친구와 있었던 일이다. (아마 그 친구는 기억을 못할 수도 있다.)

 

 

같이 택시를 탔고, 기사님께 우리의 목적지에 대해 말로 설명할 일이 있었다.

 

친구가 택시기사님을 '사장님'이라고 호칭하는 것이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나는 살면서 한번도 기사님께 사장님이라고 호칭한 적이 없다. 아니 그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 친구와 같이 택시를 타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몰랐을 지도 모른다. 기사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장님이 듣기 좋을 것이다. 나는 한번도 진정으로 기사님의 입장에서 내 언어를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기사님들은 사장님이기도 하다. 예전에 기사님에게 개인택시에 관해 자세히 물은적이 많았고, 나는 개인택시를 운영하려면 얼마나 많은 위험부담을 지셔야하는지 알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처럼, 개인택시 기사님들은 사업을 설계하고 투자하는 일을 해내신다. 1인기업 사장님에 해당하는 것이다. 설령 기업택시라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동안 자신의 직업을 유지하고 가정을 꾸린다는 것 자체로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들을 자격이 충분하다.

 

이는 택시 기사님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존중받을 만한 삶을 살고 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더라도, 모두 나는 경험조차 못한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어오신 분들이다. 그 분들에게 더욱 더 존중하는 호칭을 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살면서 만나는 모든 분께 '사장님'을 사용하려고 노력중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언어의 한계가 사고의 한계를 결정짓는다.'라는 말이구나. 평생 살면서 놓치고 있던 부분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사용하는 언어들의 대부분은 더 뛰어나게 말하는 방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과 함께해서 배울 수 있었던 사소하지만 엄청난 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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