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삶/중요한 경험들

길거리 픽업과 클럽, 그리고 내려 놓기

파크텐 2024. 10. 9. 12:00

인생의 목표

인생은 게임 같다.
 
마인크래프트 : 나는 멋진 집을 지을래. 나는 다이아를 많이 얻을래. 나는 앤더드래곤을 잡을래.

롤 : 나는 더 많은 상대를 죽일래. 나는 이 게임을 이길래. 나는 더 높은 티어에 오를래.
 
 
같은 게임 안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다.

사람들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아보인다.
 

돈을 좇는 사람,
행복한 가족을 꿈꾸는 사람,
친구들의 부러움을 얻으려는 사람,
이성에게 잘보이려는 사람,
화성에 가려는 사람 등등
 
 
누군가에게는 굉장한 의미가 있겠지만,
누구나 100년 살다 가는 우주의 초미세먼지라는 걸
생각해보면 덧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삶의 의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는데,
생물학에서 그 답을 찾았다.
 
나라는 생명체는
내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내 몸의 설계도인 DNA는 진화의 결과,
생존과 번식을 잘하도록
인간의 모든 부분을 설계했다.
 
 
그렇다면 내 인생의 목표는
생존 (현대사회에서는 돈)과
번식 (연애과 양육)이다.
 
그렇다면 그걸 잘해내기 위해서는

1.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알아야 하므로,
창업 (사업)을 알아야 하고,

2. 어떻게 연애를 하는지를 알아야 하므로
픽업 혹은 연애를 알아야 하고,

3. 어떻게 양육을 하는지 알아야 하므로
교육과 남을 바꾸는 법을 알아야 한다.
 
 
 

픽업 : 2023년

그렇기에 픽업은 예전부터 나의 관심을 끌었다.
 
길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말을 걸고 번호를 물어보는 것.
 
 
이게 내 관심을 끈 이유는
이성에 대한 욕심도 있겠지만,
내가 너무나도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예전부터 픽업을 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을
다 기록해두었다.
 
초반에는 한 명에게 번호를 물어보기 위해 1시간을 거리에서 배회한 적도 많고,
심지어 작년 4월의 어느 날에는 4시간을 걸으면서 1명 밖에 하지 못했다.
 

2023년 4월, 오랜 시간 픽업을 위해 걸어다녔지만, 아무 것도 해내지 못한채 허탈하게 부천역에서 쉬던 때.


 
내 성격이랑은 너무도 맞지 않았다.
 
사회성도 떨어지는 데다가,
나의 못난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기를
싫어하는 성격 탓이었다.
 
길거리에서 번호를 물어보면 알겠지만,
쭈뼛쭈뼛 말을 거는 남자들을 엄청 벌레 보듯이 본다.

그 시선을 한번만 느껴보면
그 날이 다 망가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픽업은 내 관심사에서 멀어져갔다.
 
 
 

픽업 : 2024년

 
나에게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2024년.
궁금했다.
 
스스로 예전보다 매력이 많아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몸도 많이 좋아졌고,
사회성도 길렀고,
같은 나이대에서 상위 1% 정도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데 매일 일을 하다보니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실제로 궁금했다.
내가 이성을 대할 때 얼마나 바뀌어 있을지.

과연 작년의 내가 했던 픽업이랑 다를지.
 
 
처음에는 똑같이 두려움이 엄청 컸다.
친한 동료와 함께 대학가로 나갔는데,
그 날은 동료가 나에게 용기를 준 덕분에
4명에게 번호를 물어볼 수 있었다.
 
4번 모두 엄청 떨면서 어버버 했고,
제대로 된 대화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날 이후로 매일 1시간씩은
나가서 번호를 물어봤다.
 
그리고 단 10일이 지난 지금,
이제는 긴장하지 않고 번호를 물어볼 수 있게 됐고, 

매일 한 명씩은 연락하는 사람이 늘어갔다.
 


2년 넘게 연락해오는 사람이 없이 살다가,
갑자기 연락하는 사람이 많아지니 처음에는 좋았다.

아마 억눌린 욕망 중 하나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러명과 연락을 해보니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어떻게 센스있게 답장할지 매순간 고민해야 하면서도,
서로 헷갈리지 않게 답해야 해서
은근히 계속 신경쓰였다.

 
이것조차 숙련해야 하는 기술 같이 느껴지면서도,
이런 노력들은 나중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처럼도 느껴졌다.
 
 

첫 클럽

그러던 중 인생 처음으로 클럽에 갔다.

헌포도 안가본 나에게는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시도였다.

두달 전에 월디페에 간 적이 있었는데,
큰 비트에 춤을 추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술은 살짝 먹었는데도, 정말 마음 놓고 놀았던 것 같다.
모든 스트레스가 다 풀렸다.
 


'클럽은 생각보다 나에게 잘 맞을지도 모른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갔다.


4명이서 홍대로 향했다.

나 말고 나머지 3명은 자주 가는 분들이라,
클럽에 능숙했다.

나는 그 분들의 리드에 따라
열심히 시간을 보냈다.






홍대 길거리에서 번호도 많이 물어봤다.
나중에 세보니 3시간 동안 20팀 정도 물어봤다.
 
혼자서 로드 픽업할 때는
여자 두 명이서 있으면 두려움이 커서 못했는데,
여기서는 두 명이서 있든, 모델처럼 예쁘든 상관없이  
엄청 많이 물어봤다. 물론 대부분 까였다.


이 순간 나를 조금 더 내려 놓게 되었다.


10시 넘어 클럽으로 들어갔는데,

내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내가 클럽 분위기를
엄청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음악을 틀어놓고,
비트에 몸을 맡기는게 너무 좋다. 신난다.
 

처음보는 여성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하고,
내 매력을 짧은 시간에 보이려고 고민도 많이 했다.
 


세상엔 정말 개방적인 사람이 많구나라는 걸 느꼈다.

첫 날 우연히 2:2로 밖으로 나가는 경험도 했다.
짧은 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한 경험이었다.


 
 

기쁨, 불안감, 그리고 내려놓기

픽업과 클럽은 나에게 엄청난 희열을 주었다.
 
 
아무리 매일 한다고 하더라도,
그 날 처음 번호를 물어볼 때면 가슴이 너무 크게 뛴다.
 
그럼에도 말을 걸고 대화가 잘 되면,
오늘 나를 또 이겨냈다는 기쁨이 느껴진다.
 
얼마전에 번지점프를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느꼈던 감정이다.
 
분명 내 뒤에 줄이 메달려 있고 나는 안전한 것이 확실하지만,
선뜻 점프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다가 점프를 했는데,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그러나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픽업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20대를 허투루 보내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고 들었다.
 
20대를 여자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쏟으면,
30대부터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은
익히 들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20대부터 나를 위해 시간을 쏟아야,
꾸준히 여자가 따라온다.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들이
정말 멀리 보고 나를 위하는 시간들인가?

픽업을 하며 말하는 실력도 늘고
용기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긴건 사실이지만,
이게 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내 성욕을 채우는 소비는 아닐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희열감을 쉽게 느낀다는 면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 것 같다.
 
 
인생에서 진짜 기쁨은 힘들고 오래 걸리는 반면,
가짜 기쁨은 얻기 쉽기 때문에.
 
내가 무언가 기쁨을 느끼고 있는데
그것이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자부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 몸에서 경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표님께 조언을 구했다.
진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그러나 정말 솔직한지는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성욕이 연관되어 있는 것이므로, 
나는 얼마든지 나 자신을 속일 수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표님은 훨씬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으므로,
나에게 솔루션을 주셨다.
 
이제 길거리 픽업은 그만하고,
주 1회 클럽을 가서 압축적으로 노는 것을 고민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꼬시기 쉬운 사람들을 공략하는 게 아니라,
정말 나에게 차가운 사람들 위주로 공략하라고 하셨다.
 
아, 역시.
대표님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지 않았더라면,
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며 모래성을 쌓을 뻔했다.


 
무언가 잘 되가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것은 쉽지 않다.
 
예전에 '파크텐'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내려놓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https://rkckskdk.tistory.com/428

[아카이브 (2024.04.24 글)] [고찰] 릴스로 하는 3대 프로젝트 24일차

릴스로 3대 프로젝트를 한지 24일차입니다.인스타 팔로워 수가 늘었습니다.​​​그러면서 느낀 인사이트가 저번과 완전히 달라,24일차에 또 두번째 후기를 적고 있습니다.(100일짜리 프로젝트에

rkckskdk.tistory.com

 
100만 조회수도 터지고,
1만 가까이 팔로워를 얻은 나에게는
쉬운 성공이 눈 앞에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대표님께서도 그 때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것 또한 부자의 그릇을 키워주는 경험이 될거라고 하시며,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하고 내려 놓고,
 
다시 기초부터 그릇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바로 계정을 그만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선택을 하려 한다.
 
지금 대표님 아래에서 말을 들은지 이제 5개월 정도가 되간다.
 
5개월 밖에 안됐는데도
대단히 성취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은
모두 모래성이다.
 
3~5년차부터 성취가 조금씩 보일 것이며,
10년은 되어야 내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로드 픽업을 하면서 얻은 것은
 
상황을 판단하는 시야,
내 본능적 두려움을 역행하는 법,
상대방의 심리를 읽는 눈치,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법,
상대를 리드하는 법,
노력으로 안되는 건 없다는 경험,
그리고 내려놓는 법이다.
 
 
이제 로드 픽업에는 시간을 쏟지 않아야겠다.
 
다른 지역을 우연히 가는 일이 생기면
시간이 남을 때만 취미처럼 하고,
따로 시간을 빼두지는 않으려 한다.
 
그리고 연락은 시간 남을 때만 가끔씩 하며
폰게임하는 실력을 조금씩 쌓고,
 
애프터는 아예 잡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려 한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