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삶/중요한 경험들

아이폰 단축어 프로젝트를 끝내며.

파크텐 2024. 3. 3. 23:15

나는 참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첫 발을 내딛는 것은 항상 누구보다 빨리 하는 편이다.

 

이 블로그의 글들만 봐도 느껴지지 않는가.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수많은 시도를 했었다.

그러나 그러한 프로젝트들이 어떻게 끝나는지에 대한 언급은 잘 없다.

흐지부지 되는 것들도 많다.

 

그러나 시작만큼 마무리도 중요하다고 느낀다.

내가 한 프로젝트들을 어쩌다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것을 배우고 느꼈으며, 왜 그만하게 되었는지.

이제는 하나씩 적어보려 한다.

 

 

 

오늘 하나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끝내려 한다.

나는 최근 2주간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키우려고 노력했었다.

아이폰의 단축어라는 앱을 통해서 유용한 것들을 만드는 인스타그램 페이지다.

 

 

1. 시작

처음 이것이 떠오른건 미스치프의 전시를 본 이후였다.

세상에 자신의 창의성을 드러내며 돈을 버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어렸을 적에 남들 못지 않는 창의성을 자랑했는데.

나의 프로그래밍 실력과 창의성을 합쳐, 아이폰 단축어라는 도구로 그려내면 많은 인기를 얻을 것 같았다.

나름의 사업 계획을 꾸렸다.

 

 

(1) 단축어로 해볼만한 기능들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모은다.

(2) 그러면 단축어를 제작해달라는 문의나, 아니면 단축어를 어떻게 다루는 지 알려주는 강의들을 만든다.

 

이를 위해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었다.

 

 

2. 과정

그래서 당장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키우는 것을 설명하는 계정들을 팔로우하며, 그들의 설명대로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벤치마킹할 계정들을 찾으라고 말한다. 나는 몇개의 계정을 찾아 팔로우했다. 완전히 나와 같은 계정은 없었다. 해외에도 아무리 찾아도 없다. 아이폰 단축어 관련 릴스를 제작한 계정들은 모조리 팔로우했다. 대부분 "아이폰 꿀팁 > IT 꿀팁"을 표방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영상들을 분석했고, 그들의 스타일에 맞게 릴스를 제작하려고 노력했다.

 

릴스를 제작하는 과정은 굉장히 오래걸렸다. 하나에 5~6시간은 사용했다. 아이폰 단축어를 고민하고, 프로그래밍하고, 릴스 대본을 쓰고, 녹음하고, 컷 편집하고, 자막 달고, 썸네일 만들고, 업로드하기까지. 어쩌면 나중에는 이 과정이 너무 번거로워서 계속해서 할 힘을 잃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비슷한 일을 하게 된다면, 편집에 힘을 최대한 빼고 시간을 덜 들이는 방향으로 해봐야겠다. 벤치마킹한 외국 계정 중, 50대 여성분이 그냥 셀카를 켜고 말만하는 인플루언서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은 영상이 단조로운 대신 매일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오히려 친근한 인상이 50대 이상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친근함을 주지 않았을까.

 

광고도 집행했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들리는지 궁금했다. 매일 영상 하나 당 2500원씩 사용했다. 2주간 총 10만원 가량 사용했다. 아래는 내가 올린 릴스와 광고의 결과들이다.

 

수적으로는 꽤 괜찮은 성과를 냈다.

 

 

내가 만든 단축어를 원하는 사람들이 20명 넘게 있었고, 저장이나 공유 횟수도 높은 걸 봐서 가치를 전달한걸로 보인다.

총 6천명에 달하는 사람에게 도달했고, 그중 30명은 내 계정을 팔로우했다. 

그들은 내가 만든 걸 재밌어 하고, 필요로 했다.

그 중 몇명은 나를 팔로우 하며 내 소식을 계속 듣기를 원했다.

 

보통 인스타 컨텐츠를 생성하는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1,000명, 인플루언서는 10,000명을 기점으로 잡으니,

한 3개월을 하면 1000명은 도달할 것 같으며, 1~2년 차에 1만명에 달할 것이라 생각했다.

2일에 릴스 1개를 매일 올린다는 가정 하에.

 

 

그러나 릴스를 자주 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몇가지 병목이 생겼다.

 

가장 큰 병목은 아이디어다.

편집은 어떻게든 기계적으로 하는 일이니, 시간만 많이 내고,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방법을 찾겠다만,

어떤 아이폰 단축어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까를 결정하는 일은 공식도 없을 뿐더러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이래서 콘텐츠 제작자들이 어느 정도 규모가 생기면, 컨텐츠 개발자를 따로 두나보다.

 

 

 

3. 끝내는 이유

내가 무언가 시작한 일을 끝낼 때 생각한 기준이 있다.

'그 일을 끝낸 후, 누군가 그 일로 성공한 것을 본다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내가 처음 무언가를 끝낸 건, 2020~2021년에 한 투자였다.

나는 그 때 국내 / 국외 주식 종목과 비트코인 / 이더리움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가진 종목들이 하락해서 -10% 가량이 될 때, 이걸 팔아야 하나 고민했었다.

 

분명히 주식 서적들을 많이 봐서 알고 있었다.

인간 심리 상 단기간의 하락은 더 큰 충격을 가져오니, 내가 지금 느끼는 공포감에 팔고 싶다는 걸.

그 때야 비로소 내가 산 종목들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생각했다.

 

다른건 몰라도 비트코인은 무조건 다시 오르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당시에는 7천만원 언저리에서 떨어져서 4천만원 언저리가 되었지만, 나중에는 무조건 2억 쯤 가있을 거라는 걸.

내가 지금 모든 돈을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그냥 보유하고만 있는다면, 내 20대 중반쯤에는 그 돈이 몇배 쯤 늘어나있을 거란 걸.

 

 

그 때 내가 내린 판단은 기준이 이거였다.

만약 내가 지금 판매한 이후에, 

바로 다음날, 아니면 다음 달, 아니면 다음 해라도 이게 2억짜리가 된다면?

그 때도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즉, 지금의 선택이 미래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상관없이 옳으냐를 물었다.

그리고 난 파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모든 돈을 팔아 나는 나에게 투자하기 시작했다.

책을 사서 읽었고, 다양한 경험들을 했다.

 

지금은 비트코인이 다시 9천만원 언저리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나는 전혀, 하나도 후회하지 않는다.

최고의 선택이었고, 나에게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

 

 

지금 아이폰 단축어 프로젝트가 그렇다.

나는 다음 몇가지 이유로 이 단축어 프로젝트를 그만두려 한다.

만약 내가 이걸 그만둔 이후로, 국내에서 나와 비슷한 컨셉으로 큰 돈을 벌게 된 사람이 등장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1) 아이폰 단축어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없다.

 

나는 효율화에 미쳐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효율화에 관심이 없다. 특히 효율화가 되지 않아 고통스러운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효율화는 하면 좋은거, 아니면 말고 이다. 단순히 내 릴스를 보고 댓글을 다는 정도의 노력을 할 수는 있지만, 큰 돈을 들일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효율화에 관심 있는 소수라고 하더라도, 그들조차도 필요이지 고통은 아니다. 즉, 내가 타겟하는 시장에 전달할 수 있는 가치의 크기가 작다.

 

 

 

(2) 아이폰 단축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의 자본의 크기가 작다.

 

내 팔로워의 대부분은 잼민이였다. 내 댓글의 대부분은 잼민이였다. 그들은 단축어를 만드는 데에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든 재밌고 유용한 장난감에 관심을 가졌다. 나아가서, 내가 정말 타겟한 층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봤다. 나 같은 사람이었다. 시스템 만들기를 재밌어 하면서도, 자기 삶을 효율적으로 바꾸고 싶은 사람. 그러나 나조차도 그러한 단축어에 돈을 쓸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내 삶의 우선순위가 낮기 때문에. 

 

인스타 광고를 돌려보면서 내 서비스에 열광하는 이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저 머리속으로 상상한 것과는 달랐다. 실제로는 더더욱 쓸 돈이 없는 학생들 뿐이었다.

 

 

 

(3) 타겟층으로부터 시작한게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항상 하는 실수다. 사업 설계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면 항상 사업이 말린다. '나는 아이폰 단축어로 내 삶을 쾌적하게 하고 있어'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어느 누구도 '아이폰 단축어를 만들고 싶은데, 이걸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주변에 아이폰 단축어 기능을 알고 있는 사람도, 그리고 비슷한 기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사람도 없다.

 

 

 

이러한 이유들로 나는 이 프로젝트를 계속하는 것이 '일관성의 오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실 릴스를 매일 올리겠다 다짐하고 2주만에 그만두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무언가 진 듯한 느낌이 든다. 주변에도 많이 얘기해서,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그렇다고 내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옳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게 더 멍청하다.

 

그럼에도 나는 옳은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다. '일단 행동하고, 신중히 방향을 바꾼다.' 일단 내가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자마자 실행했고, 그 과정에서 내 아이디어를 테스트 해보기도 했다. 실제로 7천명에 달하는 인스타 계정들을 상대로 콘텐츠를 제작해봤고, 그 고객들의 반응도 살펴봤다. 그제서야 비로소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그리고 일관성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나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나중에 이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라 여겨진다면, 그 때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았으면 좋겠다.

 

또한, 예전에 했던 습관을 다시 시작했다. 무언가 계속 고민인 것이 있으면, 일단 고민리스트에 적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시간이 날 때 그 고민에 관한 내 생각을 전부 글로 적고,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작년에 만들었던 이 습관이 정말 좋다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계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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