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영화평

300 (잭 스나이더, 2007) ★★★★

파크텐 2024. 1. 15. 21:05

20년 전 쯤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다

여러 강렬한 대사들이 인상 깊었고,

황금색과 검은색으로 구성된 영상 그림체가 마음에 들었다.

 


한줄평 :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고 자유를 좇는 것은 이토록 위대하다

 

 

1.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스파르타다운 정신을 보여주는 대사들

영화 초반에 레오니다스가 자신의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공포는 늘 존재하니, 받아들여야만 강해진다

 


커서 자신과 같은 용맹한 전사가 될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가지 정신이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용맹한 스파르타 전사들도 물론 공포를 느낀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나아가서 무서운 적과 싸우는 것이 명예이고,

그들과 싸우다 죽는 것이 최고로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꼬마가 말하는 괴물은 페르시아 괴물이오.
그들은 영혼을 먹는 유령으로 죽일 수 없소.
우리는 ‘임모탈’의 적수가 안돼요.


임모탈, 놈들 명성을 확인해봐야겠군

 

이곳에서 적군을 막는다! 우린 이곳에서 싸운다!
저들은 이곳에서 죽는다! 이 곳을 기억해라.
오늘의 전투가 후대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앞으로 살면서 많은 공포스러운 일을 맞이할 때마다, 스파르타의 정신을 떠오르면 좋겠다 생각했다.

단순히 공포를 무시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공포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를 무너뜨리려는 적을 상대하는 것 자체를 영광스러운 일이라 생각하자.

내가 했던 시도들은 후대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2. 세상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야 할 때

살다보면 세상은 다 오른쪽으로 가고 있는데, 나는 왼쪽으로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나를 제외한 대부분은 다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는데, 왠지 나는 그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 때.

 

 

영화 속에서 세상의 의견은 곧 '신탁녀'를 통해 표현된다.

신탁녀는 전쟁에 나간다면 스파르타 전사들이 모두 죽을 것이라 예언한다.

이어서 '인간을 믿지 말고 신을 믿어라'라고 한다.

 

즉, 너 자신을 믿지 말고, 세상의 운명을 따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반대로 레오니다스는 이성을 믿어야 한다는 대사를 한다.

그 이후 왕비와의 대화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는데 국법이 발목을 잡으니 어떻게 해야겠소?
자신한테 물어보세요. 자유인은 어떻게 할까요?

 

 

영화는 자유를 갈구하는 강인한 주인공이, 세상의 반대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결국 스스로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
세상이 뭐라하던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을 따를 때 비로소 자유인이 된다.

'나 자신이 곧 신이다'라고 생각하고 행한 것이다.

 


3. 스스로를 속인 사람들에게

무서운 적에게 항복한 사람에게 레오니다스하는 일침이 2번 나온다.

많은 적이 무서워 도망가는 장군에게, 그리고 스파르타 군의 약점을 적에게 말한 사람에게.

 

 

에피알테스, 평생을 후회 속에 살게 될 것이다.

 

 

스스로의 신념을 따르지 않은 사람들에게,

외부 세계의 공포에 굴복한 사람들에게,

레오니다스가, 나아가 이 영화의 감독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비록 당신이 지금 살아남고 더 많은 재물을 얻더라도,

떳떳한 마음으로 살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나에게도 큰 깨달음을 주는 대사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선택하든, 이 말을 떠올리려 노력해야겠다.

 

 

4. 왕비에 대하여

왕비에 대한 마음은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자신의 죽음이 확실해지고, 마지막 결투만이 남았다.

상대 앞에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채 죽기 전 마지막 회상을 한다.

이 때 따뜻한 햇살에 왕비의 피부를 쓰다듬는 모습을 떠올린다.

 

 

왕비에 대해 표현하는 감정들이 정말 사랑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와 관련해 예전에 들었던 말로,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여자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하는 게 정말 남성이 뿌리 깊게 가진 본능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여자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남자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에 사랑에 빠진다는 말도 있다.

이렇게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관계가 되니,

우리 인류가 오랫동안 자손을 번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가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도 더 다르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5. This is Sparta!! 

가장 유명한 장면이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컷 편집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왕으로써 레오니다스가 해야 했던 고민들을 잘 표현했다. 단순히 복종이 싫어서 억지로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소중한 명예와 정의를 지키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6. 그 외 기억에 남는 대사들

오직 한 사람만 평상심을 유지한다. 그는 우리의 왕이다.

 

아무것도 내주지 마라. 적의 모든 것을 빼앗아라!
포로는 필요 없다! 모조리 죽여라!

 

 

 

 

번외. 아쉬운 부분

아쉬운 부분이 조금 있었다.

감독의 의도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던가, 아니면 내가 위에 느낀 의미들을 생각하는 데에 방해가 된 부분들이다.

 

1. 초반에 신탁녀를 만나기 위해 산을 오르는 장면을 길게 넣은 것.

예상으로는 신탁녀와 그 제사장들이 왕도 거부할 수 없는 높은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넣은 장면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너무 앞뒤 장면들과 결이 다르다고 느껴진다.

 

2. 레오니다스와 왕비의 베드씬.

이건 정말 의문이다. 도대체 왜 이 장면을 넣은 건지 잘 모르겠다. 그것도 꽤 길게, 여러 컷으로 넣었는데,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장면이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게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다. 단지 그 장면이 완전한 자유를 즐기는 것을 그려야 해서 그러나? 뭐 아무튼 내가 편집감독이었으면 뺐을 것 같다.

 

3. 왕비의 노력

스파르타 군의 전쟁 씬 중간중간, 스파르타에서 노력하고 있는 왕비의 모습이 비춰진다. 여성으로써 힘들게 고군분투하였다가, 결국에는 테론 의원에게 몸을 주고 나서야 의회에서 발언할 기회를 얻는다. 멋있게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왕과 비교하여, 몸을 팔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야 하는 왕비의 모습을 그린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걸 굳이 페미니즘 적 시각으로 보려는게 아니라, 그러한 왕비의 모습을 중간중간 보여줌으로써 스파르타 군의 정신이 퇴색되는 느낌을 받는다. 

 

4. 왕비가 의회에서 테론 의원을 칼로 찌르는 장면

위 내용의 연장선으로 의문이 들었던 장면이다. 어떤 논리로 해결하거나 멋있는 전략으로 이기는 게 아니라, 단순히 칼로 습격하는게 스토리상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게다가 그 때 우연히 테론 의원이 반역자임이 드러나는 것도 너무 우연성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와 별개로 죽으면서 동전을 떨구는 장면은 멋있었다. 멋있으면 된거다.

 

5. 에피알테스와 크세르크세스 1세의 페르시아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페르시아는 수많은 장애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존재들이 모여 군대를 이루었다. 그래서 임모탈의 가면을 벗기는 장면에서도 얼굴이 흉악한 것으로 나오고, 이상하게 개조된 수많은 괴물들이 나온다.

 

이는 에피알테스도 마찬가지다. 그는 스파르타에서 멋있는 군인이 되고 싶었지만 거절 당했고, 결국 페르시아로 넘어간다. 그 때 에피알테스를 유혹하는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팔 다리가 없거나, 얼굴 반쪽이 이상하다. 에피알테스도 마찬가지로 장애를 '관대하게' 수용하는 크세르크세스 1세에게 넘어간다. 이 과정은 어찌보면 크세르크세스 1세가 본인의 외연을 확장한 방법을 보여준다고도 보인다. 실제로 그는 '관대한' 것이다.

 

그와 반대로 스파르타 군은 정말 멋있다. 인간으로써, 그리고 남성으로써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외면과 내면을 가지고 있다. 이에 페르시아 군과 극렬히 대비된다. 이러한 대비를 일부러 준 것은 외부 집단을 극도로 혐오스러운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효과를 위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 영화를 비판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아마 이 지점을 싫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관해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대를 완전한 악이나 장애, 혐오스러운 것으로 표현함으로써, 적에 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럼으로써 적은 그저 당연히 죽여야 하는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니, 스파르타 군의 뛰어난 정신력이 돋보이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가장 1차원적으로 적을 설정해버림으로써 선과 악의 대립 구조가 재미없어져버렸다고 생각한다. 더 뛰어난 영화였다면 페르시아 군을 다르게 그렸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