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나는 엄청난 영화광이었다. 군대에 있을 때 본 영화가 100편에 가까울 정도이다. 그러나 내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후로는 영화가 잘 손에 안잡혔다. 최근 세 달 정도는 아무 영화도 안 봤을 정도다. 특히 최근 두 달간은 쉬지 않고 매일 일을 했으며, 지금은 몸살 감기에 걸려 예기치 않게 3일간의 쉬는 날이 생겼다. 이에 그동안 보고 싶던 이 영화를 꺼내들었다.
1. 인터넷 편지로 본 영화
한창 훈련소에 입소하였을 때,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터넷 편지를 부탁했었다. 실제로 편지를 쓰려면 큰 노력이 필요하니, 그저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나무위키를 복사해 보내달라 말했었다. 그리고 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어떤 분이 몇몇 영화들을 보내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제목이 아직도 강렬히 기억난다. 글로만 읽었는데도, 이런 내용을 2시간 안에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해냈을 지 너무나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한, 거장으로 이름만 들어왔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이라 더욱 기대됐었다. 훈련소 기간 동안 그 부분만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다.
아래 '더보기'에 해당 나무위키에 정리된 시나리오를 붙여넣었다.
(붙여넣다 보니 나에게 정성스레 보내준 그 친구의 노력이 느껴져 많은 감사함을 느꼈다.)
알렉스 드라지(Alex Delarge, 말콤 맥도웰 분)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문제아다. 매일마다 '코로바 밀크 바' 라는 가게의 마약이 든 우유를 마시며 자신의 부하들인 조지, 피트, 딤과 함께 밤새 몰려 다니며 깽판을 치는 것이 일상이다.
어느 날, 이들은 적선을 요구하는 노숙자를 루저 취급하며 무자비하게 때려 팬다. 노숙자는 알렉스가 지팡이로 숨통을 조이며 괴롭힐 때 "인간이 달에 가고, 인간이 지구 궤도를 돈다지만, 아무도 지구상의 법과 질서는 신경조차 쓰지않는구만!"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이후 술에 쩔어 여자를 강간하려던 ‘빌리 보이’ 주도의 라이벌 불량배 조직과 대판 싸운 뒤 최신형 스포츠카를 훔쳐 광란의 질주를 하는 등 무법천지 밤생활을 즐긴다. 그러던 중 야심한 밤중에 발견한 어떤 부유한 작가의 집에 코가 남근처럼 길게 튀어나온 가면을 쓰고 충동적으로 쳐들어간다. 알렉스는 그곳에 살던 노년의 작가를 구타하여 빈사 상태로 만든 뒤, Singing in the Rain을 부르며 책이 가득한 책장을 무너뜨리고 부하들과 함께 그의 아내를 윤간한다. 그 후 키치스러운 베토벤 코스프레를 하며 들른 음반 가게에서 조우한, 남근을 닮은 무지개빛 아이스바를 빨고 있던 십대 소녀 둘을 꼬셔 섹스를 한다. 알렉스는 아파트 1층 로비로 내려와 일당과 얘기하던 중 강압적인 태도에 불만을 가진 자신의 부하들이 반발하려는 것을 알아챈다. 자신의 카리스마로 기선을 제압할 기회를 노리던 알렉스는 평범하게 걸어가던 도중 부하들을 순식간에 가격하여 강물에 빠뜨리고 정신을 못차리는 사이 칼로 손등을 그어버리는 등, 충격과 공포에 떠는 부하들을 완전히 제압하며 폭력으로 리더십을 되찾는다. 하지만 당일 밤 알렉스는 앙심을 품은 부하들이 꾸민 함정에 빠지게 된다. 알렉스는 부하들과 함께 홀로 고양이를 키우며 타이즈를 입고 요가를 하는 늙은 여자의 집에 침입하게 된다. 그리고 반항하는 그녀와 다투다 그녀의 집에 있던 거대 남근 모양 오뚜기 조형물로 그녀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만다. 그러고 나서 다가오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에 놀라 달아나려 하지만 집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하들에게 머리를 우유병으로 맞게 되고 부하들은 도망친다. 그리고 쓰러진 알렉스 혼자 경찰에 잡히고 만다.
법원에서 14년형을 선고받은 알렉스는 2년의 형기를 보낸 후, 정부에서 사상범들을 처리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던 루드비코 요법에 자원한다. 이 루드비코 요법이란 일종의 조건반사 강화로, 대상에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담은 필름을 보여주며 구토감을 일으키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알렉스는 폭력적인 생각을 하거나 조건화 과정에서 사용된 필름의 배경음악이자 자기가 좋아하던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들으면 구토를 일으키게 된다. 실험 결과에 만족하는 과학자들 가운데 신부만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석방된 알렉스는 자신이 없는 동안 완전히 변해버린 세상에 직면한다. 자신은 치료 받았다고 여겼으나 사회는 그를 사회 적응자로 대하지 않았고, 도리어 자신이 저질렀던 죄악에 대한 보복을 처절하게 받게된다. 부모는 자기를 대신할 아들과 같은 모범적인 남성을 집에 들였다는 것을 목격한다. 부모는 알렉스를 환영하는 대신 그동안 겪었던 충격과 고통을 말하며 친모는 눈물을 흘리고, 충격을 받은 알렉스는 집을 나온다. 홀로 굴다리 아래를 측은한 모습으로 터덜 거리다 우연히 자신이 2년 전에 폭행했던 노숙자를 만난다. 그는 곧 다른 노숙자들을 불러 모아 알렉스에게 린치를 가한다. 그때 경찰관이 노숙자 무리와 알렉스에게 다가와 저지한다. 그런데 이들은 알고보니 자신을 배신한 부하 조지, 딤이었다. 셋은 서로를 알아보고 알렉스는 자신과 같은 문제아가 번듯한 경찰관이 된 상황에 놀란다. 알렉스를 마주친 조지와 딤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무언가 복수할 방법이 생각난 듯 그에게 경어를 쓰며 도움을 주려는 척 일단 서 까지 가자고 회유한다. 조지와 딤은 알렉스를 순찰차에 태워 한적한 시골의 농장에 끌어다 놓은 뒤 말 구유에 알렉스의 머리를 쳐박으며 신나게 물고문을 하고 곤봉으로 맘껏 구타한다. 결국 자기방어도 전혀 못한 채 죽도록 얻어맞은 알렉스는 피떡이 된 채 빗속에 방황하던 중 누군가의 집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 집은 자신이 인생을 망쳐놓은 작가의 집이었다. 작가는 폭력으로 인해 반신불수가 되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었고, 작가의 아내는 윤간의 충격으로 목숨을 끊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알렉스는 그 작가를 바로 알아봤지만 그때 자신이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작가는 자기를 못알아볼거라며 안심한다. 작가는 알렉스를 못 알아보고 알렉스의 상처를 치료해 준 뒤, 욕조에 따뜻한 물까지 받아 주며 알렉스를 잘 대해 준다. 사실 작가는 반정부적 성향으로, 알렉스에 대한 신문 기사를 참고하여 알렉스가 정부가 선전하던 루드비코 요법의 비인간성을 고발할 중요한 증인이 될 수 있다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알렉스를 잘 대해준 것이었다. 하지만 따뜻한 물 때문에 기분이 매우 좋아진 알렉스가 욕조에 누워 무의식적으로 부르던 'Singing in the Rain'을 듣고 오래 전 자신의 모든 것을 폭력으로 앗아간 철천지 원수인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알렉스에게 식사인 스파게티와 함께 대접한 와인에 약을 타고, 지인인 신문사 기자들을 집에 초청한 뒤, 알렉스를 인터뷰하여 그동안 당했던 일, 그리고 어떤 음악에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지에 대해 알아낸 후, 약의 반응이 일어나 알렉스가 기절하자 복수의 의미로 2층의 방에 가두고 아래층에서 분노와 희열이 뒤섞인 표정을 지으며 9번 교향곡을 크게 틀어 놓는다. 결국 알렉스는 방문을 두들기고 마룻바닥을 머리로 찧으며 미칠듯이 괴로워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창 밖으로 뛰어내려 자살을 기도하지만 결국 살아남았고 병원으로 이송된다.
병원에서의 긴 회복을 거치는 동안 루드비코 요법이 반인권적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부모도 알렉스를 찾아와 반기고 알렉스는 치료법인 역 루드비코 요법을 받게 된다. 요법이 풀린 알렉스에게 루드비코 요법을 선택하게 했던 내무부 장관이 사과하러 찾아왔고, 전신 골절상을 입은 그에게 대신 스테이크를 잘라 먹여주며 자신의 편에 서면 일자리와 충분한 급여를 주겠다고 제의한다. 두뇌회전이 빠른 알렉스는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바로 파악하고는 흔쾌히 협조하겠다며 약속하고, 이에 장관은 알렉스의 회복을 축하하는 선물로 9번 교향곡이 흘러나오는 거대한 스피커와 오디오 시스템을 들여옴과 동시에, 기자들을 대거 출입시켜 알렉스와 함께 함박미소를 짓고 따봉을 날리며 같이 사진을 찍는다. 쏟아지는 플래쉬 속에서 알렉스는 무아지경에 빠지며 여태껏 요법에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윤락과 쾌락의 상상을 하며 "나는 완전히 치료되었어."라고 독백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좋은 직장과 금전보상은 물론이고 사회적 동정심도 얻고, 부모와 관계도 회복하며, 그와 적대관계에 있는 작가는 구금되어 철창 신세가 되었다. 게다가 경찰이 된 옛 꼬붕들은 최소한 본인들 직위를 지키려고 과거 알렉스의 범죄행각을 들추며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일도 없으니 과거는 영원히 묻힌 셈이고, 앞길은 탄탄대로 장미빛이니, 알렉스의 반사회성을 상쇄하고도 남는,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지만 알렉스에게 있어 그야말로 진정한 '치유'라 할만하다.
2. 1971년 작이라 믿기지 않는 영상미
나는 단편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 편집한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은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 영향 중 하나로, 영화를 볼 때마다 이 영화를 찍고 편집했을 감독의 입장에서 자꾸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는 영상으로 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야기가 재미있고 뛰어난 철학적 함의를 가지고 있는 영화는 훌륭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다른 문학 작품을 소비할 때에도 느낄 수 있다.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뛰어난 영상과 음향으로 관객에게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의 영상미는 엄청 뛰어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대부분 다른 영화에서 봤다고 느낄만한 장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작품이 1971년에 나왔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 어머니가 태어나시기도 전이다... 내가 봤던 수많은 영화들이 이 영화를 바이블 삼아 만들었기에, <시계태엽 오렌지>의 장면들이 그다지 새롭지 않게 느껴진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아예 쓰지 못하던 시절에 이런 영상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영상적으로 특히 기억에 남는 몇몇 장면들이 있다.
10대 소녀 둘과 주인공의 섹스 장면이 가장 새롭게 느껴졌다. 세명이 섹스하는 장면이다. 싸구려 영화라면 자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클로즈업으로 컷편집하였을 것이다. 보통 영화였다고 해도 짧은 시간에 리얼리티 높은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점프컷을 이용했을거라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는 20분의 실제 촬영본을 1분 남짓으로 배속시켜 그대로 담았다. 거기에 신나는 노래까지 어울러져 리얼리티가 높으면서도 신나는 느낌의 섹스씬이 되었다. (폭력을 신나는 분위기로 그린 다른 장면들과 비슷한 결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없는 개념이었겠지만, 타임랩스라는 기능이 생각났다. 아이폰 내장 카메라앱에도 기능으로 들어가있고, 아직도 인스타 스토리에 트렌디한 느낌을 주는 촬영 기법이다.
이 외에도, 주인공이 자살하는 장면과 네명의 무리들이 차를 타고 가는 장면은 요즘 느낌이 나지 않아 더욱 마음에 들었다. (자살하는 장면은 정말로 카메라를 창 밖으로 던졌다고 한다...) 차를 타고 가는 장면은 가짜 차인 것이 티가 나서 더욱 애정이 갔다. 요즘 영화에 이런 장면들이 삽입된다면, 'CG 기술이 안좋다‘라는 얘기를 듣겠지만, 그 시대 영화들은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이 돋보인다.
그리고 특히 줌아웃인지 달리아웃인지 구분이 잘 안가는 씬들이 많았다. 묘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내가 직접 영화 편집을 할 때 편집프로그램으로 줌아웃을 하면 어색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온다. 특히 첫 장면은 아마 달리 장비로 직접 움직인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엄청 획기적인 씬이었겠다.
https://youtu.be/HI-mDTdeKR8?si=2aqT2QG2wbccoFGn
그 외에도 캣우먼과 다투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카메라 구도가 익숙한 느낌이 많이 났다. 아마 내가 지금껏 본 영상물들이 이 영화를 본 따서 그럴 것이다. 아무튼 흥도 나고 재밌는 장면이었다.
3.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흥미롭다.
내가 5점을 매긴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시나리오가 흥미롭다. 영화 시작부터 시선을 끌어, 계속해서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또한 영화를 끝내는 방식도 탁월하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면서 단 한순간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고, 항상 다음 장면을 궁금해하며 영화를 봤다.
정말 재미있다. 특히 결말 부분을 정말 명작 영화답게 끝낸 느낌이다.
시나리오의 진행 단계에 따라 내용의 분위기가 확확 바뀌는데, 장면들도 확 바뀐다.
초반 악행을 저지르는 단계에서는 신나고 빠르게 전환되는 장면들
중반에 감옥에 가고 난 이후부터는 차분하고 조용한 장면들
중후반에 고문을 당하고 그럴때는 사실적으로. 드라마틱 집중되게
마지막 결말도 강력
전체적으로 한정된 등장인물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
3. 의미
사회 풍자
자유 의지
선과 악
폭력성
4.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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