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삶/중요한 경험들

근황 (라이더, 루틴, 도전)

파크텐 2023. 9. 8. 21:27

내가 원하던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삶이 나에게 잘 맞는지는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말로 내가 군생활동안 원하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어떤 목표를 위해 24시간을 사용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군대에서는 그게 불가능했다. 내 통제대로 되지 않는 시간들도 많았고, 집중할 거리도 없었다. 내가 아무리 군대 내 근무를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명확히 나타나는 지표가 없다. 그저 해야될 일을 한 것 뿐이다.

 

사회는 다르다. 돈이라는 지표가 있다. 그래서 편의점 알바와 같이 딱 정해진 일만 하는 업무가 아니라, 내가 노력하는 만큼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찾은 것이 인력거 가이드다.

 

북촌은 언덕이 많고 길이 좁아서 사람들이 힘들게 걸어다니며 돌아봐야 하는 동네이다. 그에 비해 정말 볼 만한 유서 깊은 장소들이 많아서 매일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외국인들도 많고, 데이트를 하러온 커플, 그리고 가족 단위 관광객들도 많다. 힘들게 올라갈 필요 없이 인력거에 탄 채로 동네를 설명해주는 일이다. 전국 유일의 인력거 투어 업체이다. 직접 라이더로 뛰면서, 사람들에게 관광 투어도 해드리고 택시처럼 목적지까지 태워드리기도 한다. 모든 지나가는 분들께 인사드리면서 인력거를 타실지 여쭤본다. 일종의 영업이고, 내가 그토록 원하던 서비스업이다. 

 

 

나는 이 일에 모든 시간을 쏟아 붓고 있다. 내 24시간은 이 인력거를 더 잘 몰기 위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다. 매일 똑같은 루틴을 5일째 반복 중인데, 이는 앞으로 적어도 1년간은 반복할 생각이다. 2주에 한 번 정도만 머리를 식히는 다른 일을 할 생각이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정해진 모닝루틴을 시행하고, 헬스장으로 향한다. 아침 헬스장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다들 출근 전에 꼭 헬스장을 들리는 부지런하신 분들이다. 그 분들과 운동을 마치면, 내가 묵는 숙소에서 아침을 먹는다. 내가 묵는 숙소는 매일 외국인들이 새로 온다. 이 숙소에 묵는 것 또한 일하며 외국인 분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함이다. 아침을 먹다보면 온 나라 말들이 들려온다. 마치 내가 외국인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인력거 업체에 가장 먼저 출근한다. 그리고 업체가 끝날 때까지 계속 북촌을 돌아다닌다. 아직은 체력이 많이 부족한 것을 느낀다. 2~3시간 돌아다니다 보면 멘탈도 나가고 몸도 힘들어서 와서 20분 정도 쉬다가 다시 나간다. 사실 멘탈적인 부분이 가장 빨리 지치는 것을 느낀다.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에게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일이 여간 쉬운게 아니다. 그러나 이 또한 내가 배우고 싶던 서비스업의 기본이다. 

 

나는 항상 전역하면 당장 배우고 싶은게 "친절"과 "성실"이라고 말해왔다. 그리고 나는 정말 매일을 그렇게 살고 있다. 일을 나가서 길거리의 모든 이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돌아와서도 같은 숙소에서 지내는 외국인 분들에게 밝게 인사를 한다. 이런 식으로 주 7일 일하고 있다.

 

매일매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내가 점차 성장하고 있는게 느껴져서 뿌듯함을 느낀다. 나는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북촌에 놀러온 커플들이나 가족들을 보면 일종의 허무함도 느껴지지만, 그 또한 내가 느끼고 싶어하던 감정이라 좋다.

(사실 내가 정말 듣고 싶던 말은 "OO야, 지금 공부 열심히 안하면 커서 저 형처럼 이런 일 해야돼~"였다. 왜냐하면 내가 어렸을 적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서 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ㅋㅋ)

일 자체에서 오는 뿌듯함도 있다. 주로 내 가이드를 들으시고는 정말 만족스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팁으로 몇만원을 받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어떤 분들께 큰 가치를 드린 것이 뿌듯해진다.

 

퇴근하고는 집에 돌아오기 전에 북촌에 있는 식당에서 꼭 밥을 먹는다. 북촌 덕분에 번 돈이니, 북촌에 내려놓고 가겠다는 마인드이다. 또한 손님들이 식당을 소개해달라고 하실 때, 도움이 될까봐 그런 것도 있다. 그리고 자기 전까지 북촌에 대해 공부한다. 북촌에 있는 건물들의 역사에 대해 조사한다. 그리고 오늘 한 영업에 대해 복기하고, 조금 더 마케팅과 세일즈를 잘하기 위한 방법들을 연구한다.

 

 

확실히 외로움은 심심할 때 드는 감정인가보다. 외로움이 들긴 하는데, 10초 내로 사라진다. 매일 할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영업이 너무 안돼서 정말로 멘탈 붕괴가 왔었는데, 맨날 모닝루틴으로 되새기는 말을 되새기며 이겨냈다. 다시 웃는 얼굴로 거리에 나갔더니, 단 2시간만에 역대 최대 매출의 2배의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여러모로 뿌듯한 하루이다. 매일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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