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삶/중요한 경험들

해주세요 헬퍼 지원 / 첫 심부름

파크텐 2023. 8. 28. 18:00

해주세요라는 어플에 헬퍼로 지원했고, 첫 심부름을 해봤다.

어제 제대를 했고, 동시에 독립을 시작했다. 강남역 근처 오피스텔을 일주일 동안 살고 있다. 구직활동을 못하니 내가 살 장소도 정하지 못했었다. 우선 서울의 중심인 강남에서, 내가 원하던 집인 층고 높은 오피스텔에서 지내보며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그거랑은 별개로, 해주세요는 꼭 해보고 싶은 어플이었다. 심부름 어플인데, 온갖 심부름은 다 나온다. 진짜 무언가를 사다 주는 심부름도 있고, 일일 알바 같은 느낌도 있고, 벌레를 잡아달라는 내용도 있다.

정말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고, 내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바로 눈에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들어 도서관에서 일하면서는 내가 하는 일이 결과로는 나오지만, 그게 어떤 누구에게 가치로 돌아가는지는 직접 보지 못한다. 그러나 해주세요는 가장 직접적으로 돈을 내는 판매자와 연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돈을 소비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무엇인가 열심히 하는 경험이 필요했다. 몇천원짜리 일이라도 정말 열심히 하고 싶었다. 내 최대한의 친절을 베풀어, 서비스 이용자가 만족을 느끼게끔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싶었다.


어제 해주세요 헬퍼를 지원했다. 심사과정을 거치면 수락된다. 신기한 점은 심사과정을 거치는 데에 돈을 받는 것인데, 돈을 안 내면 48시간 후 수락, 3천원 가량 내면 3시간 후 수락이라는 것이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3천원을 지불했다. 강남역에서 지내면서 해주세요를 해보는 경험을 2일이라도 더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오늘 헬퍼를 켰다. 서울 전 지역에서 오는 심부름들이 다 보인다. 그런데 돈을 벌려고 하다보니 자꾸 수지타산을 하게됐다. 심부름 장소까지 가는 데에 걸리는 교통비, 그리고 수행하는 데 드는 시간을 따져 보면, 최저시급보다 안 나오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선뜻 잘 안누르게 됐다.

그러다가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지금 진짜 돈을 벌려고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인가 돈을 낼 만한 가치를 만들어내려고 이 일을 하는거였다.

그 생각이 든 순간 교통비 정도만 나오면 주저없이 누르자는 생각이 들었다. 30분 후 집 근처에서 청소와 정리정돈을 하는 심부름이 올라왔고, 바로 수락했다. 씻고 나오자마자 본 거라서 머리도 못 말리고 어찌저찌 갔다.

가보니까 스튜디오 같은 곳이었고, 비대면으로 일을 알려주셨다. 어떤 걸 해야하고,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나는 최대한 친절히 대답하려고 했고, 바닥의 작은 머리카락 하나하나 청소하려고 했다. 예전 버릇대로 어차피 모를텐데 이런거까지 신경써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다행히 다시금 좋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스튜디오 사업을 하는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하나하나 깨끗이 청소했다.

30분 정도 걸렸고, 만원 정도를 벌었다.

너무 뿌듯하다. 내가 누군가가 돈을 낼 만한 가치를 제대 이후 처음 만든 것이다. 돈의 가치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파크텐 삼성을 가기 위해 택시비로 만원을 지불했다. 그러니까 내가 평소에 내던 내 시간값인 택시비가 더 와닿았다. 앞으로는 내 시간들에 대해 더 소중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이면을 봐서 신기했다. 어떤 장소를 임대해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중간중간의 과정들을 어떻게 아웃소싱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넛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들었는데, 다 적긴 어려워서 여기에는 못 적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버는 돈을 따지지 말고 가능한 일이면 다 수락을 눌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