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전

몸무게

파크텐 2023. 8. 10. 18:00

오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어느새 내 몸무게가 75kg이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이미 80kg을 넘었다. 그리고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갔을 때는 고3 때였고, 90kg를 조금 넘겼었다. 대학생이 되면서 조금 빠지긴 했지만, 83~86kg를 항상 유지해왔다. 

 

 

지금까지 여러번 다이어트를 시도해봤다.

 

예전에는 옷을 조금 더 예쁘게 입고싶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대다수의 연예인들이 다이어트를 하며 잘생겨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항상 목표를 정할 때, 큰 목표를 정한다면 75kg로 정했다. 그리고 현실적인 목표는 70kg대 되기로 정했다. 그러나 나는 다이어트로 한번도 70kg 대를 달성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살이 빠지기 시작한건 최근 3개월 전부터이다. 

 

그렇다고 살을 빼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어쩌다보니 몸무게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오늘 75kg이 됐다. 꿈만 같았던 몸무게이다. 예전에는 이 몸무게가 되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될 줄 알았다. 빡세게 고구마랑 닭가슴살만 먹으면서 빼야지만 이 정도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니다. 그냥 작은 노력들이 조금씩 모였고, 몸무게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최근 두 달간은 운동도 하고 싶을때만 야금야금 하고 있고, 먹는 것도 마음대로 먹는다.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먹지 않는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던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올해 내가 여러모로 자주 바뀌고 성장하는 한 해 였지만, 어떤 행동이 몸무게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몇가지를 짐작해보자면, 

 

 

(1) 세 달 동안 달리기를 5km 씩 뛰었다. 3월부터 시작해서 매달 달렸다. 월 80km 정도는 달렸다. 5월에 마라톤 5km 대회를 참가해서 잘 뛰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었다. 꾸준히 무언가를 한 것이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3개월 정도 뛰니 달리기 자체에 재미도 느꼈다. 달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안좋은 생각이 사라진다. 요즘도 안 좋은 생각이 들면 일단 나가고 본다.

 

그렇다고 한창 달리기를 할 때 몸무게가 빠졌던 건 아니다. 매일 달리는 시기에도 몸무게가 거의 비슷해서 이상하게 느꼈었다.

 

 

(2) 한 달 동안 나를 위해 적게 먹기 시작했다. 5월 한 달 동안 평소의 30%만 먹었다. 이 때 적게 먹은 이유는 몸무게를 빼기 위함이 아니었다. 정말 열심히 살기 위해서였다. 이 당시 나는 내 하루를 모두 노트에 기록했다. 그런데 하루의 상당수를 먹을 것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알아차렸다. 배고파서 효율이 나오지 않다가, 30분 넘게 밥을 과식하고, 배불러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버렸다. 이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다.

 

그렇기에 최대한 적게 자주 먹자는 전략을 세웠다. 적당한 배고픔과 적당한 배부름을 유지하면 최선의 퍼포먼스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밥도 항상 조금 먹고, 점차 배고프기 시작하면 에너지바를 하나씩 먹었다. 이 시기에 내 가방에는 항상 에너지바를 들고 다녔다. 

 

그러다보니 살이 적당히 빠지기 시작했다. 아마 82kg 정도로 기억한다.

 

 

 (3) 메타인지가 높아졌다. 진화 심리학 책이나 인간의 심리에 관해 설명한 책들을 읽으면서, 객관적인 시선에서 나라는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생겼다.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 전에 항상 두려움을 심하게 느낀다. 그럴 때면 그 두려움에 휩쓸리면서도, 내 마음 한 켠에서는 '어라 또 겁쟁이가 힘을 쓰려고 하네'라는 생각도 든다. 모든 일을 한 발짝 떨어져서 나 자신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배고픔을 느끼거나 밥을 먹을 때의 나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배고픔을 느끼면 먹을 것을 찾으라는 뇌의 신호가 나옴을 느낄 수 있다. 밥을 먹고 있을 때면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 최대한 저장해놓으라는 뇌의 신호를 느낀다. 나에게 휩쓸려서 과식을 하더라도, 몇시간 후에는 과식을 했던 나 자신을 성찰하며 바라봤다. 점차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자기 통제가 수월해졌다.

 

 

 

 

그 외에도 느끼는 점은 목표를 행하려는 노력에 관해서이다. 내가 만약 살을 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노력했다면,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그저 나에게 도움되는 것들을 당장 하려다보니, 알아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 힘을 빼고 살다보니, 어느새 목표에 도달해있다. 다른 목표에 대해서도 같은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오늘 하루만 더 잘 살려고 노력하는 것을 꾸준히만 하면, 기대한 것보다 훨씬 빨리 목표에 도달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