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전

김어준 총수 아주대 강연

파크텐 2023. 8. 26. 18:00

아버지는 16살의 나에게 한 영상을 보여주셨다.
https://youtu.be/rZIzshUrcDU?si=mLeBiwb5sG0VxuvM


아직도 이 강연을 아버지와 유튜브로 본 날이 기억난다.

아버지 말을 잘 따르는 아들은 아니었기에, 추천하신 영상들을 잘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날따라 나를 반강제로 의자에 앉혀두고, 이 영상을 보여주셨다. 그 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다시는 그런적이 없기에,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그 당시 강연을 보면서 정서적 독립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자신의 부모님을 부친, 모친이라고 언급하며,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인 양 얘기하는구나.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정서적 우산이 되어주었던 부모님을 떠난다는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이 영상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 남아서, 정서적 독립에 대해 열망하도록 영향을 주었다. 얼른 부모님의 품을 떠나고 싶었고, 독립적인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19살이 되자마자 물리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독립했다. 일부러 멀리 떨어져있는 학교를 선택하니 부모님을 볼 날이 거의 없었다. 달에 50만원 정도 용돈을 받는 것, 그리고 가끔 전화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내일, 이제 완벽한 독립을 하는 시기가 왔다. 용돈을 더이상 받지 않겠다 말씀드렸고, 처음으로 자취를 시작한다. 마침내 생각이 든 것은, 완벽한 경제적 독립이 없으면 완벽한 정서적 독립도 없다. 이제서야 정말로 독립적인 사람이 되었다.

오늘 이 영상이 다시 떠올랐다. 독립적인 사람이 되도록한 시발점. 아버지는 왜 이 영상을 그토록 보여주고 싶어하셨을까? 이 영상을 다시 보며 이 강연을 나에게 보여주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이 강연을 다시 보며 느낀점은 완전히 다르다. 6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의 지적 수준이 전혀 달라서 그런 것 같다. 이제야 김어준 씨가 20대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100분이나 되는 시간 동안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면서 전달하려 했던 그 말.

10대 시절의 나는 몰랐던 것이다. 한창 공부를 처음 접했었고, 성적만 잘 받으면 앞으로의 모든 미래가 다 밝을 것이라 믿는 순수한 아이였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철학도 부족했고, 타인의 이야기에서 논점을 파악하는 능력도 부족했다.

김어준 씨가 아주대 학생들에게 하려던 말이 마침 지금 내가 가장 찾으려던 말이다. 나 자신을 알려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려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여러가지 하고 싶은 일들을 대하는 자세는 무엇인가? 지금 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들을 모두 다루고 있었다.



김어준 씨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 해야할 것은 연애와 여행이라고 했다.

연애는 자기 자신의 바닥을 보여준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성이라는 존재를 컨트롤하기 위한 나의 모습에서 정말 볼 것 없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연애를 할 때만 나오는 스스로의 모습이 있는데, 그 모습이야 말로 정말 순수한 자기 자신의 한 면이라고 한다.

이 부분을 들으면서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연애들이 떠올랐다. 이제까지 연애들을 떠올릴 때는 여자친구였던 그 사람들을 주로 떠올렸다. 그러나 처음으로 연애를 하며 내가 했던 말과 행동들이 보였다. 각 연애마다 어디에서도 보인 적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들 또한 내 안에 있는 것이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최근에는 연애에 대해 부정적 감정이 있었다. 당장 연애를 더 하고 싶지는 않았고, 조금 더 생산적인 삶을 산 이후에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강연을 보면서 연애에 대해 훨씬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여행은 인간 보편적인 모습을 보기 좋다고 한다. 각 여행지별로 정말 다른 문화를 보인다. 그러나 여행을 더 많이 다니다보면 오히려 공통점이 보이게 된다. 그것이 환경의 영향 없이
인간 유전자를 통해 발현되는 공통점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을 통해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나는 여행을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서 여행도 몇번 가봤다. 그러나 아직 해외를 나가본 적이 없고, 여행에서 제대로 고생해본 적도 없다. 조금 더 넓게 돌아다니고 조금 더 제대로 세상에 부딪히려고 노력해야겠다.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것들을 느꼈다 생각했는데, 김어준 씨의 말이 제대로 설명이 됐다. 내가 직접 가보고 싶은 곳들을 더 가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더 만나보면 몸소 알게 될 것 같다. 나중에 가야지 생각하지 말고,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히 여행을 다녀야겠다.




최종적으로 김어준 씨가 말하는 주제는 자기 객관화와 자존감이다. 자기 객관화는 스스로를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능력, 자존감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

정말 신기하게도 요즘 가장 고민이 많은 두 부분이었다. 나는 나를 너무 모르고 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게 요즘 가장 큰 깨달음이었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방향이 옳게 나아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고, 그리고 지금 당장 시행한 일들을 언제까지 붙잡고 있어야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쫓아야 하는지, 아니면 돈을 벌 수 있을 걸 쫓아야 하는지.

이 영상을 보며 느낀 점은, 고민하지 말고 가장 하고 싶은 대로 아무것이나 하자하는 것이다. 너무 나 스스로를 환경에 억압하지 말고, 나 자신의 목소리대로 살아야겠다. 그리고 어떻게든 세상에 부딪히려 노력해야겠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어떤 삶을 살든 휩쓸리지 않고,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