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삶/중요한 경험들

4개월 간 거주의 기록

파크텐 2023. 12. 29. 21:35

2023년 8월 27일 군대에서 전역한 날에 경제적 독립과 함께 자취를 시작했다.

이제 4개월이 됐다.

 

 

그 이후 지내는 곳이 4번이나 바뀌었다.

 

다양한 곳에서 살고, 매번 새로운 집을 찾는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군대에서 보던 좁은 세상에서 못 본 부분이 '사는 곳에 대한 고민'이 아니었을까 싶다. 군대에서는 살 곳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으니까.

 

 

의, 식, 그리고 주

사람에게는 의식주가 필요하다고 한다.

 

1. 의는 자취 한 달 차에 완벽히 해결했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한 세트 샀다.

그리고 같은 모델의 옷을 최소한으로 샀다.

 

맨투맨을 두 벌, 바지는 한 벌, 츄리닝 한 벌, 티셔츠 7개, 양말 8개, 팬티 7개.

 

나는 더이상 의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옷은 나에게 더이상 중요한 게 아니다.

 

 

 

2. 식은 루틴에 따라 결정된다.

나는 애초에 먹는 욕심이 없다. 그래서 먹을 수 있을 때 무엇이든 먹는다.

그래서 내 삶의 루틴이 정해주는 대로 먹는다.

 

 

도서관을 가는 날에는 도서관에서 해결하고,

회사에만 있는 날에는 회사 근처의 라면집을 간다.

집에만 있을 때에는 냉동밥을 먹는다.

 

(그리고 최근에 근성장을 위해 닭가슴살 캔을 샀다.

기존 대량으로 산 닭가슴살이 상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통조림으로 해결했다.)

 

 

 

3. 그리하여, 내 인생의 주요 요인에는 "주"만 남았다.

 

어디 사는가는 정말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삶을 바꾸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시간을 쓰는 방식을 바꾸거나,
사는 곳을 바꾸거나,
만나는 사람을 바꾸거나.

 

 

예전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머지는 이해가 갔으나, 사는 곳을 바꾸라는 얘기를 잘 이해 못했다.

이사를 가란 얘긴가? 인테리어를 바꾸란 얘긴가? 주변 물건을 바꾸란 얘긴가? 

 

 

이제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

내가 시간을 주로 보내는 장소, 즉 환경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주변의 물건이나 인테리어, 조명, 향기, 청결도, 정리 여부 뿐만 아니라, 그 집의 가격, 이용료, 위치, 주변 상권 등등등..

모든게 나에게 엄청나게 영향을 준다.

 

 

이러한 모든 걸 고려해서 집을 골라야 한다.

 

 

4개월 간의 여정

지난 4개월 간의 '집'을 고르는 과정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이사를 4번이나 간 것도 지냈던 집에서 모두 단점을 발견했으며, 더 나은 곳이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0. [월 100 중반] 청담동 오피스텔

https://rkckskdk.tistory.com/110

 

첫 자취방으로 월 130만원 청담동 오피스텔을 고민하는 이유

 

rkckskdk.tistory.com

 

전역 한 달 전에 골랐던 방이다.

그 당시에 예상한 삶과 지금의 삶은 정말 다르다.

신기하게도 내 꿈을 좇는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디테일은 전혀 다르다.

 

 

틈틈히 휴가 나와서 방과 주변 환경도 구경하러 가고, 집 주인에게 연락도 했었다.

그러나, 방은 이미 몇달치가 결제되어 있었다.

즉, 인터넷에 올라온 매물은 허위매물이었다.

 

 

특히 집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러나 위 글을 길게 써서 내 생각을 정리한 건 도움이 많이 됐다.

추후 집을 고를 때 어떤 걸 고려해야 하는지 머릿속에 정리해놓을 수 있었다.

 

 

1. [월 200 초반] 강남역 오피스텔

자취를 시작하며 선택한 오피스텔이다. 10일 있었다.

 

 

사람이 많은 중심지에 위치한 비싼 오피스텔을 사는 경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어떤 고생을 할 지 모르겠지만, 이 때의 부자의 삶을 잊지 않았으면 해서였다.

 

 

결과적으로도 이 선택을 참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지금 어떤 안좋은 곳에 지내더라도, 내 미래의 모습과 기분을 잘 떠올릴 수 있다.

 

 

물론 행복했다. 그리고 조금 외로웠다.

지금이야 외로움을 못 느낄만큼 바쁘게 살고 있지만, 이 기간은 어떠한 직업도 없을 때였다.

 

 

그 당시는 외로움보다는 무서운 감정이 훨씬 컸던 기억이 있다.

이 때 썼던 일기를 보면 정말 흥미롭다. 

 

 

이 집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고, 프리랜서 사진 작가 일과 인력거 일 모두 여기서 얻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도 했다. 팟캐스트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도 했고, 크몽에 헤어 관련 일을 올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인력거 일에 몰두하기로 선택했다.

 

 

1-1. 창업캠프 참여

오피스텔에서 짐을 빼고, 경주에서 열리는 DGIST 창업캠프에 참여했다.

그러니까 내 모든 삶의 짐을 들고 경주까지 갔다는 얘기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된 선택이다.

짐 보관함에 맡기는 게 맞았다.

 

아무리 내가 짐이 없는 편이라 해도 옷만해도 무거웠다.

 

 

뭐 창업캠프 자체는 좋은 기억이다.

내 선택에 자신감을 주었고, 내 길에 자신을 얻었다.

새로운 인연도 만났고, 내가 새내기 때와 비교하여 얼마나 성숙해졌는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내가 매고있는 흰색 가방이 내 전재산이자 모든 생활품이었다.

 

2. [월 60] 큐브 호텔

인력거 일에 몰두하기 위해 선택했다.

북촌은 원룸을 구하기 어렵다.

 

 

대학이 없으니 아무도 이사를 오거나 가지 않는다.

고도 제한 때문에 대다수가 저층의 건물들이고, 북촌에는 관광 수요가 많으므로 집 값이 비싸다.

북촌에서 3개월동안 지낸 지금이야 아는 사실이지만, 이 당시에는 전혀 모르고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점차 인력거 회사에서 가까운 집을 찾다가, 종각역에 위치한 큐브 호텔을 찾았다.

그 큐브호텔에서 2개월 가까이 지냈고, 사장님과 직원분들이랑 많이 친해졌다.

카운터도 대신 봐주고, 외국인 관광객들 체크인 체크아웃도 도와주고, 관광객이랑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한 번은 호주에서 온 남자 2명이랑 술을 마시던 중에,

화장실에서 쿵 소리가 나서 가보니

어떤 미국인 남자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래서 그 남자를 일으켜 세우고 구급차에 태워 보낸 적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큐브호텔은 "번화가", "게스트 하우스"에서 "오래" 살며, "숙소에서 일거리를 찾아 일하기"를 해본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1) 번화가

종각역은 엄청난 빌딩 숲 사이에 있는 먹자골목이다. 항상 사람들이 넘치며, 모두가 술에 취해있다.

그런 곳에서 사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물론 집에 들어오면 그 사람들을 마주칠 일이 없지만, 매일 퇴근할 때마다 그런 곳을 마주친다는게 정신에 좋지 않았다.

 

 

사람들이 주거 밀집 지역에서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최근에 은평구 뉴타운에 놀러갔다 온 적이 있었는데, 사람사는 냄새가 나서 너무 정겨웠다.

종각역과는 정반대의 세상이었다.

 

 

(2) 게스트 하우스

게스트 하우스는 좋은 경험이다.

외국인과 두달간 살 부비며 살다보니, 외국인에 대한 환상과 두려움이 다 깨졌다.

 

느끼는 감정은 크게 2가지 인데,

'아, 이게 한국에서만 하는 행동이구나. 내 편견이었구나.'

'아, 외국에서도 이렇게 하는구나. 사람 사는거 다 똑같다.'

 

 

영어 회화도 많이 늘었다.

특히 아까 말한 호주 친구가 내 영어가 좋다는 말에 자신감이 상승했고, 자신감이 상승하니 회화도 알아서 더 잘 됐다.

 

또한 여기서 만난 모로코 여성 분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경험이 내 여성관과 연애관, 그리고 나아가서는 성공에 대한 내 생각에도 영향을 주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생각을 한 것이다.

 

뭐 근데 새로운 사람 만나는게 늘 좋지만은 않았다.

처음 한 달은 재밌어서 막 말 걸었는데, 좀 지내다보니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 생각이 들었다.

 

 

(3) 오래 살기

물론 두 달이지만, 내 루틴을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내가 사는 곳을 기점으로, 헬스장 / 복싱장 / 회사 / 다이소 / 편의점 / 덮밥집 등등.

모든게 근처에서 해결되니, 루틴을 짜기가 좋았다.

 

 

이 시기 나는 누구보다도 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매일 같은 행동을 했다.

 

 

루틴을 만든다는 것은, 뭘 할지 고민하는 노력이 없다는 뜻이다.

즉, 하루가 훨씬 생산적이게 되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그래서 나는 옮겨다니는 삶이 안 좋다고 느꼈다.

이제 완벽한 숙소를 찾으면, 거기에 정착해서 완벽한 루틴을 짜야겠다고 다짐했다.

 

 

(4) 숙소에서 일하기

이건 부차적으로 배운 점인데, 숙소비를 아낄 수 있는 방법들이다.

 

첫째로, 직접 찾아가 거래하는 것이다. 숙소비는 최소 몇십만원 하는 가장 큰 지출이니, 줄이는 데에 시간을 쏟는게 큰 의미가 있다. 중간에 에어비앤비나 삼삼엠투와 같은 플랫폼이 들어가면, 수수료가 기본 20~30%는 올라간다. 만약 이 거래가 사기일 가능성이 있다면, 그러한 플랫폼을 이용하는게 위험 분산의 의미도 있다. 그러나, 이 게스트 하우스들은 어디 도망가지 못하지 않는가. 그래서 무조건 계좌이체로 거래하면 좋다.

 

둘째로, 숙소에서 일거리를 찾는 것이다. 숙소 사장님은 항상 작은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많지 않은가. 그렇다고 고정적으로 사람을 고용하기는 싫다. 그렇게 이용하기 좋은게 장기 투숙객이다. 또한 장기 투숙객의 경우 따로 월급을 줄 필요도 없이, 월세에서 뺄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대체로 숙소에서 급하게 필요한 일거리는 힘든 일이 아니다. 내 업무를 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그러나 이를 제안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어떻게 내 가치를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할지는 경험의 영역이다. 나는 <백만장자 파헤치기>라는 다큐에 나온 사람들을 보고 많이 배웠다.

 

셋째로, 가격 흥정을 하는 것이다. 장기 투숙으로 현금 계좌이체를 하는 손님들은 많이 없다. 그래서 더 희소성이 있고, 가격 거래에서 유리하다. 사장님 입장에서도 빈 방으로 비워둘 바엔 싼 가격에라도 들어와 있는게 이득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체크아웃 후에 방 청소를 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생각보다 가격 흥정이 수월했다. 물론 가격 흥정이 필수적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장님과의 관계나 그에 쏟는 시간을 생각하면 불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점점 느끼는 거지만,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하려하면 서비스의 질도 저렴해진다.

 

 

 

 

뭐 아무튼 이러한 것들을 배우고 난 다시 떠났다.

가장 큰 게 종각역 번화가의 단점 때문이었다. 정말 정신병 걸리는 줄 알았다.

그 외에 모든 건 만족스러웠는데 아쉬웠다.

 

또 다른 방을 체험해 보고 싶었다.

 

 

3. [월 100 중반] 오피스텔 + 모텔 + 게스트하우스 1인실

이렇게 표현한건, 뭐라 딱히 묘사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외국인 대상의 숙소이다. 그런데 비교적 중장기 손님들을 타겟팅하고 있다. 일주일 단위의 손님들 위주로 마케팅한다.

오피스텔처럼 각 방이 엄격하게 나뉘어 있다. 그리고 실제 방의 모습도 갖추어진게 많이 없는 편이다. 침대, TV, 냉장고가 전부다.

주방은 공용주방이다. 큰 냉장고가 있으며, 조리가 가능하다.

 

음, 뭐 그렇다. 이 집을 주변에 뭐라 소개하기가 애매했다.

아무튼 난 여기 1인실에서 2주 가량을 지냈다.

 

 

여기서 앞으로 지낼지 테스트를 위해 들어왔다.

그리고 혼자서 지내는 자취방에서도 내 루틴을 만들 수 있을지 실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이 2주 동안의 기억은 행복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물품들이 준비되어있던 게스트 하우스와 달리, 여기서 지내니 사야 할 물건이 너무 많았다.

그에 반해 나는 미니멀리즘 정신 때문에 잘 사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물건을 잘 안쓰고 살았다.

 

 

이 곳이 유난히 조용한 동네이다.

그러다보니 종각역과는 반대로 조용해서 너무 행복했다. 정말 집에 쉬러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방도 옆방과 많이 분리되어 있다보니, 쉬는 공간에서 다른 사람 얼굴 볼 일이 많이 없어 좋았다.

 

또한 회사랑 조금 더 가까워졌는데, 많이 편했다.

예전에는 걸어서 20분 정도였는데, 여기는 10분이다.

단지 10분 차이인데도, 걸어가기 좋냐 아니냐 차이가 났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헬스장이 너무 멀다.

신기하게 북촌~익선동 쪽에 헬스장이 없다.

다 프리미엄 개인 PT 샵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헬스장이 걸어서 20분 거리였고, 맘 먹고 헬스장 다니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럼에도 꾹 참고 다녔다.

 

 

 

3-1. 희방사 템플스테이

또 다시 집을 나왔고, 9일간 템플 스테이를 갔다.

저번 창업캠프에서 얻은 교훈으로, 나는 모든 짐을 다 회사에 두고 갔다.

 

 

템플 스테이도 큰 돈을 주고 갔는데, 거기서 자원봉사하고 공짜로 지내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나중에는 그런 방식으로 해봐야겠다.

 

 

템플스테이 경험은 개인적인 일기를 30장 가량 써서, 더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초반 5일은 뇌가 맑아지며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후반 4일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었다."

 

 

 

4. [월 100 초반] 오피스텔 + 모텔 + 게스트하우스 달방

다시 3번째 숙소로 돌아왔다. 여기서 30일을 살았다.

같은 숙소의 더 좁은 방으로 갔다. 여러 방을 옮겨다니면서 느낀 건데, 나는 좁은 방이 잘 맞는다.

 

애초에 물건이 많이 없으니 큰 공간이 필요없다.

또한 나에게 집의 용도는 자는 것 뿐이다.

한 달 중에 2일만 집에서 지내고, 나머지는 항상 회사에 있는다.

그러다 보니 넓은 공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한 달 정도 더 지내보니 이 숙소의 모든 장단점이 보인다.

익선동 일대도 살기는 좋은 동네 같다.

사람 냄새 난다고 해야 하나.

 

 

숙소가 대부분 숙박업을 하는 곳이었기에, 그들만의 사업 사정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력거 투어 만큼이나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한 곳이다.

그리고 비교적 큰 투자가 들어가는 반면에 손이 많이 가는 사업이다.

자잘한 사고들도 일어난다.

 

 

무엇보다 집에 100 초반대를 주고 살기에는 아깝다고도 느껴졌다.

특히 지금은 집에 큰 돈을 투자할 단계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지금은 다른 방식으로 내 삶을 효율화할 때다.

차라리 돈을 조금 모아서 맥북 프로 고사양을 하나 사려고 한다.

 

 

 

5. [월 30] 고시원

그래서 내 마지막 선택은 고시원이다.

결국 고시원이다.

오늘부터 살기로 계약했다.

 

 

헬스장과 매우 근접해 있다.

나는 씻는 곳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인데, 고시원은 그게 아쉽다.

그래서 아마 헬스장을 샤워실로 쓰지 않을까 싶다.

 

 

고시원은 잠만을 위한 장소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집은 여러가지를 담고 있다.

자는 곳 + 쉬는 곳 + TV보기 + 일하기 + 밥먹는 곳 + 다른 사람과 만나는 곳 + 씻는 곳

 

그러나 나는 모든 것을 분리시켰고, 고시원은 잠만을 위한 곳이다.

밥도 밖에서 먹고, 밖에서 쉬고, 심지어 씻는 것도 밖에서 한다.

 

 

 

나는 고시원을 선택한 결정이 '위대한 포기'라고 본다.

청담동 오피스텔 글을 보면, 고시원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나온다.

 

일단 고시원은 제외했다. 부정적 분위기 때문이다. 물론 부자동네 고시원에서, 집에 안들어가고 밖에서 부자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낮에 부자들을 많이 만나더라도, 하루의 시작과 끝은 고시원에서 맞게 된다. 잠재의식 훈련에 자기 직전과 일어난 후가 중요하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좁아터진 저렴한 방을 인식한다면 가난을 잠재의식에 더 새기는 꼴이다. 그리고 고시원에 살았던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어느새 패배자의 분위기가 물든다고 한다. 고시원에 살면서 결국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은 성공한 위치의 사람들은 아니다. (곧 성공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계속 그 사람들 틈에서 살다보면 비슷한 분위기나 공기의 냄새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나, 월세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고시원을 선택한 사람들은 내가 지향하는 삶을 안 살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푼이라도 아낄려고 고시원을 선택한거지 않는가.
- 5개월 전의 나

 

이 정도로 고시원은 절대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말을 번복하기 위해서는 정말 걸리는 게 많다.

특히 내 선택의 모든 근거들이 사실 돈을 아끼려는 선택의 합리화가 아니냐는 스스로에 대한 고민도 있다.

 

 

뭐 그럼에도 나는 옳은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삶을 살고 싶다면, 안좋은 곳에서도 살아봐야 한다.

이번 템플스테이에서 추운날, 다 쓰러져가는 기와집에서 패딩을 입은채로 자본 경험 덕분에 안좋은 집은 많이 적응했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살면서 내 삶을 더욱 최적화하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내 목표를 더 빠른 속도로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