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전

네이버 영수증 후기

파크텐 2023. 8. 31. 21:00

오늘 DDP 근처 헬스장을 갔더니, 일일권을 결제할 때 카운터에 있는 두 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손님, 네이버 영수증 후기 남겨주시면, 커피 공짜로 드리고 있어요. 하실 생각 있으세요?”

나는 본능적으로 거절했다. 나에게 뭘 공짜로 주는 것도 탐탁치 않고, 내 시간을 커피 따위에 팔아넘기지 않겠다는 평소 생각이었다. 완곡히,

“제가 후기를 잘 못 써서요. 죄송합니다 ㅎㅎ”


그리고 한 5초 정도 고민했는데, 이것만한 가치 나눔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몇분 걸리는 것도 아닌데, 이 헬스장 업주분들은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보실 수 있지 않은가. 요즘 가치 나눔을 제대로 하지 않은 기분이었는데, 좋은 기회가 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아 쓸게요! 대신 커피는 필요 없습니다. 제가 커피를 못마셔서요 ㅎㅎ”
(사실은 한 때 커피에 미쳐 살던 때가 있다. 요즘은 굳이 안마신다)

그 후, 나는 처음으로 네이버 후기를 써봤다. 검색하는 입장에서는 영수증을 올리는 방문자 후기가 많을수록 신뢰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옛날부터 느꼈다.



가치도 나누고, 이런 것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워서 뿌듯하다!


또 흥미로웠던 것은 카운터를 보던 여자분과 남자분의 반응이었다.

애초에 하기 귀찮은걸 하면 뭘 주겠다고 제안한 상황인데, 그냥 받지 않고 하겠다고 했다. 그 자체로 설계한 상황과 맞지 않는 상황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의 범주 밖에서 벗어난 행동이었을 것이다. 분명 내 속마음을 몰랐을거라 확신한다.

여성 분은 웃으며 감사하다고 하면서 작은 ABC 초콜릿을 하나 주셨다.
남성 분은 이렇게 말하셨다. “커피를 못드시는구나. 아~ 그래서 아까 표정이 곤란하셨구나. 미리 얘기하지~”

이게 묘하게 나에게 다르게 다가왔다. 우선 나는 가치를 무료로 나누는게 가장 큰 목적이었기에, 아무것도 받길 바라지 않았다.
여성분의 행동은, 자신의 감사함을 작게나마 표현하는걸로 느꼈다. 더 사소한 걸 줌으로써, 나는 여전히 가치를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됐다. 그리고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 입장에서도, 다른 귀여운 선물을 받아 기분이 좋아졌을 것이다.
남성분의 행동은 (우선 반말에 가깝고), 나를 말을 잘 못하는 소심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다른 사람의 호의는 거절 못하고 무조건적으로 다 들어주지만, 커피를 못 먹어서 우물쭈물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사실 이건 내 시선에서 바라본 서비스 제공자여서 이렇게 명확히 잘못된 게 느껴진 것이다. 막상 내가 서비스 제공자라면, 손님들은 대부분이 나와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손님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도 그 남성분과 비슷하게 대처를 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항상 유념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치 나눔, 새로운 기능 배우기, 그리고 교훈까지! 다시 말하길 잘했다